▲김만구 대한건설협회 대전시회 사무처장 |
최근 경영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사업 등 대형 건설공사의 입찰 담합에 대해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행 국가계약법, 공정거래법, 건설산업기본법 등의 법률들이 각각 입찰 담합에 대한 제재 규정을 두고 있어 과징금과 더불어 부정당 업체 제재, 손해 배상 등 처벌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건설업계의 불안감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입찰 담합이 시장 내 건전한 경쟁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이며, 국가 재정 낭비와 시설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직ㆍ간접 후생을 감소시키는 행위라는 점에서 강력한 제재를 통해 근절돼야 함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다만 과거 동해고속도로 및 대전통영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서울지하철 9호선 등 주요 국책 건설사업의 입찰 과정에서 담합이 발생해 처벌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입찰 담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입찰 담합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행계약제도나 입찰방법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공공 건설시장은 국가 등이 유일한 발주자이자 직접 수요자로서, 수요 독점적 시장의 가격 결정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되고 건설업체는 가격 순응자의 지위에 놓이게 된다.
결국, 가격 순응자인 건설업체들은 가격 결정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고자 담합의 동기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입찰 담합 근절의 실효성을 높이는 책임이 일차적으로 수요자, 즉 정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입찰 시스템의 개선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현재 건설공사의 입찰에 적용되는 입찰제도에 담합을 유인하는 요소가 있는지를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형 공사에 많이 적용되는 턴키입찰제도는 그 심의 및 결정 과정의 투명성부족과 제한된 경쟁 여건으로 인하여 입찰 담합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입찰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다른 입찰 방식도 마찬가지로 가격만이 절대적인 평가 요소로 고려되거나, 기술력, 경영 상태 등에 대한 평가의 변별력이 낮은 상황과 운찰제적인 요소는 결국, 가격에 대한 입찰담합을 유인할 수밖에 없다.
또한, 예정가격제도에 있어서도 시장 가격과는 동떨어진 실적 공사비를 바탕으로 산정된 예정가격은 실질 공사비를 반영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높은 낙찰 가격을 유도하고자 하는 건설업체의 담합을 유인하게 된다.
입찰 담합과 같은 건설 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는 불공정 행위는 조속히 사라져야 한다. 다만, 입찰 담합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은 사후의 처벌에 중점을 두기보다 실효성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입찰 담합을 유발하는 정책, 제도적 요인의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 결국은 해외 수주시장에서 우위를 쌓아온 우리업체들의 신용 추락으로 수주경쟁에 불리한 영향은 자명하다. 대승적 차원에서 단죄의 방법을 삼고초려해서 적용할 필요가 있다.
1000억달러 해외건설수주 성과를 목전에 두고 있는 건설업계지만 어느 때 보다도 국민들의 불신을 직감해야 한다. 건설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 보자고 몇 년째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였지만 자의반 타의반 연루된 담합 소식에 물거품 된지 오래다.
반성할 일은 확실히 반성하면서 새로운 각오로 국민 앞에 다가서되 신선하고 멋진 모습으로 건설업계의 일상을 바꿔보자. 이참에 분위기 반전과 만연된 불신을 씻기 위해 건설업계가 앞장서서 얼음물 샤워를 한번 진행해 보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