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춘추]아름다운 디자인은 일상속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중도춘추]아름다운 디자인은 일상속에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승인 2014-09-03 14:12
  • 신문게재 2014-09-04 16면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디자인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디자인이라는 말에 이미 익숙해져 있으며, 아마 대부분이 빈번하게 사용하는 용어 중 하나일 것이다. 디자인은 익숙한 만큼이나 우리 생활전반에 걸쳐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의류, 건축, 각종 제품, 출판, 편집, 가구, 영상, 웹, 로고나 캐릭터까지…. 디자인이 빠진 분야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디자인 관련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대중들은 대개 디자인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깊게 인식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디자인은 어떻게 보면 가장 쉬우면서도 우리 가까이에 있는 예술이며, 디지털혁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디자인혁명이라 할 만큼 가히 중대한 사회적 변화를 맞이했다. 서울대 조동성 교수는 디자인혁명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9세기는 미술공예운동을 계기로 실용미학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20세기 전기에는 산업혁명에 따른 기계미학의 시대라 하였다. 또 20세기 후기는 소비의 풍요와 더불어 팝 아트를 기반으로 한 반미학의 시대, 21세기인 지금은 디지털미학의 시대라 정의했다. 과학과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예술 역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창작되며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과학기술과 예술의 결합으로 현대사회는 디자인과 인간이 영위하는 생활환경과의 관계가 더욱 촘촘하고 복잡해졌다. 동시에 현대인들이 가지는 욕구도 훨씬 더 복잡다단해졌기 때문에 디자인 역시 다른 학문과의 연관성이 커진다. 미학을 기본으로 공학, 경영학, 심리학, 인류학까지 관계하며, 디자인은 이제 인간의 시각적, 실용적, 심리적, 과학적, 감성적인 면 등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야만 한다. 이렇게 볼 때 디자인은 하나의 소우주 같기도 하다. 우주는 끊임없는 순환과 생태계의 균형, 그리고 우리가 미처 다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작용들로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디자인을 봤을 때 마음에 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그 만족으로까지의 과정은 의외로 마치 마인드맵처럼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것. 20세기 미국의 그래픽 디자인의 중심에 있었던 전설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폴 랜드는 디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디자인은 예술일 수 있다. 디자인은 미학일 수도 있다.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고, 바로 그 때문에 디자인은 매우 복잡하다.”

단순하기 때문에 복잡하다고 하는 그의 말은 아이러니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역설적인 표현이 그러하듯 더 강렬하게 와 닿는다.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게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복잡하고 세밀한 것을 보기에 깔끔하고 단순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디자이너들은 얼마나 많은 고심을 할지 모른다. 또한 똑같은 것도 '다르게' 볼 줄 아는 창조적인 사고와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본디자인센터 대표, 무사시노미술대학 교수인 하라 켄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책상 위에 가볍게 턱을 괴어 보는 것만으로도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 사물을 보고 느끼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그 수없이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방법을 일상의 물건이나 커뮤니케이션에 의식적으로 반영해가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비록 결과물이 단조로운 형태일지 모르지만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쉽고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말이다. 디자인은 나만의 일상과 환경을 위해 우리의 손이 닿는 곳에서 숨 쉬고 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속해있는 것이다. 결국 오늘의 디자인은 생활을 만족시키고, 생활을 정신적ㆍ감성적으로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울수록 그 아름다움을 발견했을 때 더욱 감동적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의 하루는 적어도 나도 모르게 바쁘게 흘러가버리는 그런 하루는 되지 않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수많은 디자인과 함께, 우리의 감정과 정서는 한층 더 풍부해지며, 나아가 보이지 않는 삶 또한 더 아름답게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