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행복, 그리고 라면 한 봉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교육단상]행복, 그리고 라면 한 봉지

김금하 공주교대부설초 교사

  • 승인 2014-09-02 14:07
  • 신문게재 2014-09-03 16면
  • 김금하 공주교대부설초 교사김금하 공주교대부설초 교사
▲김금하 공주교대부설초 교사
▲김금하 공주교대부설초 교사
방금 지나간 버스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방금 막차를 놓쳤다고 더 이상 차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다리면 또 다른 차가 내 앞에 와 선다. 그러니까 이미 떠나보낸 것들에 대해 미련 두지 말고 새로운 희망을 꿈꿔라. 몇 년 전 지도 밖으로 행군하러 떠나간 사람이 다시 날개를 활짝 펴고 나갈 준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 한비야씨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내 방식대로 해석해 본다. 한비야씨의 나이 올해 55살이라고 한다. 이쯤이면 보통의 사람들은 하던 일을 잘 마무리 짓고 다가올 노후에 대비하려고 단도리를 하는 시기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늘 도전한다. 사람들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릴 법한 위험한 장소 한 가운데 그녀는 있다.

라면 한 봉지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그녀는 도대체 누구일까? 사람마다 '라면 한 봉지'가 주는 의미는 다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라면 한 봉지는 목욕 후 아이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땀 뻘뻘 흘리며 함께 먹는 음식의 일종이다. 우리 아이와 나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라고나 할까. 그런 음식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내게 한비야씨는 인생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라면 한 봉지'라고 한다. 그녀가 말하는 '라면 한 봉지'는 무엇일까? 읽으면 읽을수록 오묘한 그녀만의 철학이 눈에 들어온다. 동네 떡집 할머니의 작은 칭찬, 베트남 복권 파는 아이의 씩씩한 희망, 그리고 쓰나미와 전쟁으로 폐허 같은 삶을 살아가는 짐바브웨의 꼬마들에게서 발견하는 웃음. 그녀의 '라면 한 봉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어이 행복을 찾아내는 사람들에 대한 응원, 기대, 사랑이 아닐까?

우리 반 학생들은 그들의 웃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쓰레기장을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주워먹으면서도 희망을 꿈꾸는 아이들을 우리 반 학생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요즘 연달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들 대부분이 폭력과 분노로 인한 '타인 공격'이다. 예전보다 먹거리도 풍성해졌고, 부모들이나 교사들은 더 부드러워졌으며 학교에서의 체벌은 사라졌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 그런데도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사라졌고 공격성은 늘었다.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우리 반 학부모들 대부분도 나와 같은 나이일 텐데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돌볼까. 공부만 재촉한 것은 아닐까. 집안 대소사나 가족끼리의 체험보다는 성적만 괜찮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었던 것은 아닐까. 자신의 감정 상태를 살피고 타인의 감정에 관심을 두는 공부도 가르칠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나를 가만 돌아본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엄마로서 교사로서 소소한 것에 기뻐하고 보이지 않은 것에 감동받고 주는 것에 보람을 느끼도록 가르치기는 했을까. 우리 반 아이들과 진정한 소통을 하긴 했는지, 깊은 수준의 공감과 관심은 가졌는지 돌이켜 본다. 지지하고 격려하고 함께 하는 생활. 너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교사로서 정말 성심을 다했니? 김 선생.

아! 울컥, 미안함이 고개를 든다. 많이 부족했구나 싶었나보다. 한비야씨의 라면 한 봉지에서 느끼는 행복을 외면해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도 함께 든다. '그래도, 김선생. 이제 절반 왔어'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뭐, 인생시계로 본다는 지금 나는 이제 막 점심 식사를 끝내고 차 한 잔 마시며 오후 일을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시점이다. 축구경기에 비유하더라도 전반전 45분, 후반전 45분 중에서 이제 막 전반전을 끝냈을 뿐이다. 전반전에 실책 몇 번해서 골을 먹었다고 해도 아직 후반전은 고스란히 남아있지 않은가? 한비야씨 말대로 연장전도 있고, 패자부활전도 있다. 만회할 시간과 기회는 얼마든지 있지 않나 싶다.

나는 이제 또 다른 문 앞에 서 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내 자신에게 조용히 질문을 해 본다.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는 24가지 보석들이 '오늘도 행복했다 혹은 학교가 좋다'는 마음이 들도록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며 마음과 마음이 함께 하는 따뜻한 소통으로 한비야씨처럼 나도 새로 단 날개를 활짝 펴고 지도 밖으로 나가보려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