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균 씨지엠 컨설팅 대표 |
아이스버킷의 시작은 지난 6월 30일 미국의 한 골프 채널에서 시작했다. 크리스 케네디라는 골프 선수가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남편을 둔 자신의 조카에게 도전을 청했고 그 조카는 자신의 딸이 촬영해준 아이스버킷 챌린지 동영상을 소셜 네트워크에 올렸다. 이후로 새로운 도전자들이 속속 SNS에 자신의 동영상을 올리면서 퍼져나갔고 피트 프레이츠라는 전 보스턴 칼리지의 야구 선수가 트위터에 관련 내용을 올리며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올 여름에 유행하기 시작한 이 캠페인은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급속도로 유행하고 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촉매제를 제공한 사람들은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같은 세계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의 소셜미디어 전파 능력이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그 결과 세계적 인사들이 얼음물도 맞고 기부도 하게 되고 우리나라의 유재석, 아이유, 박명수 등도 이 운동에 참여했다.
필자도 얼마 전에 페이스북 친구에게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지목 받았다. 그런데 왠지 선뜻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내키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이 운동의 유행이 일부 사람들에게만 두드러지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명 받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사람들이거나 인맥이 넓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인맥이 넓지 않거나 지명도가 작은 사람들은 이 운동에 참여해도 잘 눈에 띄지도 않는다. 어쩌면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의 잔치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생계를 걱정하며 하루하루 살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시각이라는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또 다른 영역에서마저 표출되게 만드는 것이 결코 국민 정서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두 번째 이유는 과연 한국 사회에 이 운동이 적절한지에 대한 물음 때문이다. 만약에 이라크나 팔레스타인 같이 전쟁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나라에서 아이스 버킷을 하자고 하면 그 나라에서도 유행이 될지 생각해 보았다.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나라마다 더 시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다급하게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나라에서 그 의미와 가치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전세계에 아이스버킷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루게릭 병에 대해 잘 모르면서 잠깐의 관심과 이벤트성 재미로 참여를 하는 경향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세월호참사라는 더 큰 과제를 안고 있고 그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방한한 교황마저도 고통을 느끼고 함께 하고 있고 희생자의 유가족과 많은 국민들이 단식을 하면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 억울함과 고통 앞에서 아이스버킷은 필자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냥 좋게 생각하고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희생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밀어두고 외국의 캠페인을 따라하기에는 마음이 나서지 않았다.
대다수 참여자들의 순수한 취지와 선한 마음은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하지만 이 운동에 대해 곱지 않은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필자는 지목해 주신 분의 마음을 저버리기도 싫고 우리나라에서 정말 힘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일도 함께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고자 아이스 버킷을 세월호 버킷이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실행했다. 얼음물 대신 단식 릴레이에 참여해 하루 동안 단식을 하고 세 분을 지명하였다. 그리고 지명 받은 분들이 그 뜻을 이어주시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인 사건도 아닌 국민적 참사다.
하루 아침에 수 백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의 진실이 규명되어야 국가는 정상적인 미래를 다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일이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 참사다. 앞으로의 버킷챌린지가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는 바램이 절실하다. 우리는 아이스버킷보다 '세월호 버킷 챌린지'로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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