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프리즘]'위대한 만남을 넘어 징비, 준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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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프리즘]'위대한 만남을 넘어 징비, 준비로'

최종인 한밭대 창업대학원 단장(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 승인 2014-08-31 13:15
  • 신문게재 2014-09-01 17면
  • 최종인 한밭대 창업대학원 단장(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최종인 한밭대 창업대학원 단장(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최종인 한밭대 창업대학원 단장(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최종인 한밭대 창업대학원 단장(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영화 '명량'이 2000만명의 관객기록을 향하고 있다. 온 가족이 개봉 첫날 영화를 보고나서 명량 이전과 이후의 역사에 관심을 더 갖게 되었다. 망할뻔 한 나라를 살린 이순신 장군에 대한 리더십은 많이 언급되지만, 그를 만들고 후원한 서애 유성룡 선생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두 위대한 만남을 통해 우리 역사를 바꾸고 미래를 준비하도록 함으로써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징비록(懲毖錄)은 일본에서 임진왜란이후 일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혔다. 징비란 의미는 무엇인가? 이는 시경(詩經) 소비편의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豫其懲而毖後患)'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임진왜란의 통탄할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 후세의 교훈으로 삼고자 한 것이다. 이런 의미의 징비록은 유성룡 선생이 집필한 임진왜란 수기로 1592년부터 1598년까지, 만 6년여간의 기록으로 조정에서 물러나 향리에서 거처할 때 임진왜란 중에 뼈아픈 현실을 적은 것이다. 이는 오늘날 국보 132호로 지정되었다.

위대한 만남, 서애 유성룡을 쓴 송복 교수는 당시 16세기 일본과 조선의 국력의 차이를 3200만명 인구의 일본에 비해 조선의 인구는 230만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런 분석을 통해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국제정치, 군사학 등 각 분야의 당시 경쟁력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서애 유성룡은 임진왜란 6년 7개월 중 만 5년을 정무(政務)와 군무(軍務) 겸직의 전시(戰時) 수상과 4도 도체찰사 직을 맡아 두 가지 전쟁을 함께 치러냈다. 하나는 명, 왜(明, 倭)의 물밑 강화협상을 통한 조선분할 획책을 막아내는 '분할저지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으로 식량이 완전히 고갈된 나라에서 식량을 모아 명군과 조선군에 식량을 대는 '군량 전쟁'이었다는 평가이다.

유성룡의 리더십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대한 만남, 서애 유성룡을 통해 그의 리더십을 정리해보자. 첫째, 통찰의 리더십이다. 그는 당시 국제정세를 꿰뚫어 보고 어떻게 나라를 지킬 것인지를 고민하고 바다를 막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육군 말단장교인 이순신을 전격 발탁해 전라도 수군사령관으로 임명하였다. 둘째, 준비의 리더십이다. 그는 끊임없이 준비를 통해 예감을 예견으로, 이를 예측에 이어, 예비로 만들 줄 알았다. 그래서 군량미, 전함, 군사력,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셋째, 방법론도 챙기는 리더십이다. 일본사회는 방법론이 발달했지만, 조선은 원칙, 당위는 있었지만 이를 실현할 방법론이 취약하였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나라를 살릴지, 전란을 극복할지의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넷째, 유연의 리더십이다. 리더가 경직되면 조직은 딱딱해진다. 부드러움 속에 조직의 경직을 막고 소통이 일어나게 하였다. 또한 명나라로부터 모욕을 당하면서도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가?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라며 계속된 위기를 극복하였다. 그래서 '힘쓰는 자리'가 아닌 '일하는 자리'로 늘 만들었다. 다섯째, 물러남의 리더십이다. 전쟁이 마무리되면서 이순신 장군이 죽는 그날, 1598년 11월 18일 그도 자리에서 물러나 낙향한 후 서울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리더십에서 오늘날 '변혁적 리더십'의 특성을 발견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비전을 제시해주는 리더, 상황을 신중히 판단하고 용기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리더, 겸손과 인내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리더, 사람을 감동시켜 일에 참여토록 하는 리더, 적절한 문화를 만들어 공유된 가치관을 통해 바람직한 조직을 만드는 리더, 항상 학습하는 리더,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참고 잘 관리하는 리더, 자신보다 훌륭한 후계자를 양성하는 리더의 모습이다.

영화를 보면서 13척으로 300여척을 대항했던 당시의 바다와 오늘날 16명의 노벨과학상(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을 배출한 일본에 비해, 아직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 현실이 떠올랐다. 또 다른 위대한 만남으로 오늘의 위기를 예비하는 지혜를 모을 때이다. 영화 '명량'에서 느낀 공감이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하자는 '징비' 그리고 '철저한 준비'로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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