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교황과 영화 명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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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교황과 영화 명량

박용갑 중구청장

  • 승인 2014-08-31 13:15
  • 신문게재 2014-09-01 16면
  • 박용갑 중구청장박용갑 중구청장
▲박용갑 중구청장
▲박용갑 중구청장
교황과 영화 명량. 언뜻 이 두 단어를 떠올리면 그 연관성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한국사회는 400년을 거슬러 영화로 재탄생한 명량대첩의 주인공 이순신 장군과 머나먼 타국에서 찾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야말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순신 장군과 프란치스코 교황에 관련해서 출판업계 뿐만 아니라 관광업계를 비롯한 관련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은 400년전의 인물이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인물이지만 이들에게는 다를 것 같지만 너무도 닮은 공통점이 있다.

두사람 모두 낮은 곳을 향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이순신 장군은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핵심이다. 자신을 버린 왕이지만 결국 백성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운다. 그 모습에 겁을 먹고 물러서 있던 부하들이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육지에서 전투를 보고 있던 힘없는 민초들까지 이순신을 돕는다. 리더십을 통해 모두가 하나로 화합하고 이런 화합을 통해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기념비적인 승리를 이끌어 낸 것이다.

김한민 감독의 말대로 영화에서 보여준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은 400년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현재 우리사회의 문제점에 연결되고 있기에 국민들이 공감하고 신드롬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영화 명량에서 보여준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인가 생각해보자. 영화에서는 전투를 앞두고 겁을 먹고 도망가다 잡혀온 병사의 목을 베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장면을 보며 더 낮은곳을 향한 리더쉽이 있냐는 반문을 할수도 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입장에서 보면 무장을 한 병사보다 힘없는 백성이 더 나약한 존재였을 것이다. 결국 자신에게 죄를 씌운 임금과 신하들보다 자신을 버리고 도망을 치는 부하장수와 병사들보다 더 약하고 힘이 없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싸웠던 것이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 영화로 과거 역사가 재현되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이렇게 감동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이 시기에 머나먼 타국에서 노구를 이끌고 찾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한민국 전체를 울렸다. 아프고 소외된 약자들을 가장 낮은 자세로 보듬으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말과 표정, 몸짓 등 여러 형태로 보여준 교황의 행보는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교황은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동안 숨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냈고, 우리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아낌없이 보여 주었다.

'죽음의 문화를 종식시키는 일에 한국의 천주교인들이 열정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필두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직접 당신의 세례명을 내려 세례를 주고, 그들이 900㎞ 대장정동안 지고 온 십자가를 로마교황청으로 가져가는 등 최근 우리 한국이 겪고 있는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더불어 꿈과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청년들에게 “한날한시도 어김없이 깨어 있으라”고 요구함으로써 우리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문했다.

교황은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국빈으로서 예의를 지키며, 우리의 자존심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당신의 가슴 깊이 숨기고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일에 정성을 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 동안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사랑과 한국, 마음과 사람이었다고 한다. 교황께서 단순하게 경차를 타고 소박한곳에서 숙식을 했다고 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니다. 교황은 진심으로 우리사회에서 힘없는 약자들을 위한 관심과 배려를 보여 주었고 그들의 상처를 위해 함께 기도했기 때문에 이토록 많은 존경을 받을수 있었던 것이다.

교황이 100시간동안 한국에 머물며 보여준 것과 이순신장군이 영화 명량에서 보여준 것은 바로 낮은 곳을 향한 리더십이다. 백성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이순신 장군과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보여준 교황의 언행은 400년의 시공을 초월한 같은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백성이라고 불렀지만 현재는 국민이라고 부른다. 백성과 국민이란 맞춤법적인 단어는 다르지만 국가의 근본이라는 뜻은 같다. 물은 결코 높은 곳으로 흘러가지 않고 항상 더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더 낮은 곳을 향하는 리더십이야 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리더쉽이라는 것을 교황과 영화 명량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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