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
소득주도성장 전략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임금주도성장론을 벤치마크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자들은 임금주도성장론과 소득주도성장론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임금주도성장론은 가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금을 중시하고 있는 반면 소득주도성장론은 임금뿐 아니라 배당, 자산소득까지 망라한 가계의 총소득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주도성장론은 기업 이윤보다는 분배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보적 성향의 세계적 학자들에 의해 크게 부각되었다. 기업중시 신자유주의 경제의 선봉역할을 해왔던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임금을 올려 경제회복을 촉진해야 한다는 분석들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이 최저임금을 큰 폭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일본의 아베총리도 임금인상을 기업에 독려하고 있으며 독일도 내년부터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모두 임금주도성장론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결과로 생각된다. 임금주도성장론에 따르면 최근의 세계적 저성장은 노동생산성 증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임금이 인상됨으로써 소비여력이 줄어들어 유효수요 부족으로 인해 발생되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당분간 임금을 적어도 노동생산성 증가분 이상으로 인상시켜 주어 유효수요를 확대하여야만 저성장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주장이 진보성향 학자나 정치인들에 의해 주창되어 왔는데 최 부총리가 이를 일부 수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진보적 개념의 수용은 MB정부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발상이었다. 당시의 성장패러다임은 기업친화적인 성장우선정책이었다. 법인세율 인하, 고환율 유지 등이 이러한 성장패러다임의 핵심정책들이었다. 하지만 기업성장에 따른 과실이 가계에 제대로 확산되지 못하였다. 기대했던 낙수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수출 대기업의 성과가 국내에 환류되지 못하고 기업 내부에 유보되거나 해외투자 등으로 국외로 유출되는 현상이 심화되었다. 이러한 성장순환의 단절 현상을 최소화시키자는 주된 목적이 소득주도성장 전략이다. 과거에는 임금을 올리면 국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 보다는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려 제조업 공동화를 가속화하고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내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성장패러다임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최 부총리의 소득주도성장 전략은 가계가 대부분인 소액주주의 배당소득을 늘려주고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투자로 유도하려는 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임금주도성장론과 구분될 뿐 아니라 과거 정부와 다른 성장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간다'라고 하는 표현이 지나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최근 들어 소비 및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가가 오르고 주택가격도 상승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핵심으로 하는 지도에 없는 길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규제개선과 구조개혁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지도에 없는 길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활성화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세월호 특별법으로 인해 국회에 묶여 있는 각종 경제관련 법안들이 하루속히 통과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도에는 없는 길이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는 새로운 길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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