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춘추]어른을 길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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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춘추]어른을 길러내야 한다

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14-08-27 12:58
  • 신문게재 2014-08-28 16면
  • 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세월호 사태가 130일을 넘었다. 그 동안 수많은 뉴스와 동영상들이 나왔다한들 어찌 무던해질 수 있을까. 여전히 관련 소식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안 그래도 불편한 마음에 더 불을 붙이는 것이 있으니 아픈 가슴을 후벼 파는 몰지각한 발언들이다. 진정 '막말 퍼레이드'라고 해야 할 지경으로 정치인들로부터 유명인사, 일반 네티즌들까지도 막말의 향연을 거들었다. 아무리 우리가 인정을 잃고 각박해진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지만 인면수심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수준의 막말들을 보면 정말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어쩌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지, 교육을 화두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 보자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철없는 아이들도 아닌 멀쩡한 성인들이 뱉어내는 말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미성숙함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아니라면 교육은 어떻게 아이들을 사려 깊은 어른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다.

문화인류학적으로 살펴보자면 어른이 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참을성과 용기라고 한다. 원시성이 살아있는 부족들의 성인식을 들여다보면 참을성과 용기를 요구하는 의식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몸에 상처를 내고 맹수를 사냥하는 등, 심한 경우 죽거나 다칠 수도 있는, 심지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일지라도 두려움과 고통을 참아내고 용기 있게 나서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어른'임을 인정받는 것이다. 이를 미개하다고 치부할만한 일은 아니다. 무모함이 제거되었을 뿐, 책임과 권한을 수행해야하는 주체로서 성인에게 참을성과 용기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통과의례다. 더구나 구성원 하나하나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 현대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모든 성인 구성원이 참을성과 용기를 가지고 시민으로 바로서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는 매우 크다. 여기에 더해 보통 사람들보다 더 큰 참을성과 용기를 실천해내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존경'이라는 가치를 보내게 된다. 욕망대로 소비하고 배설하는 것이 미덕이 된 사회에서도 참아내고, 용기를 내며, 스스로를 책임질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돕는 사람들에게 '사회의 어른'이라는 칭호가 바쳐지는 것이다. 물리적 나이나 들먹이며 권위를 따지면서 자기 역할이나 책임을 다하는데는 소홀한, 제 배 불리는 일만 하겠다는 유아적 어른들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잘 짚어야 할 대목이다. '어른은 막힌 수챗구멍에 자신의 맨손을 박아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들었다. 수챗구멍이 막혀있거나 말거나 자기 필요한 일만 본 후 물을 들이 붓고 돌아서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구역질이 날지라도 수챗구멍 안의 찌꺼기들을 맨손으로 끄집어내어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는 사람, 그 책임을 감당할 사람을 어른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책임감은 무작정 가르친다고 길러질 수 없다. 발달심리학적으로 본다면 어른은 '공감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한다. '나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서 다른 사람의 입장과 감정을 살필 줄 아는 상태로 들어서면 비로소 어른으로 자격이 갖춰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남을 도왔을 때 보상과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강도는 점점 더 커지고 세지는데다 이때 생기는 엔도르핀은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까지 낮춰준다니 현대 성인병의 치료제 역할까지 일거양득인 셈이다. 그런데 이미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도 다른 사람을 돕고자하는 이타적 성향은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이타심을 키워줄 교육적 장치들이 필요하겠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 정서가 불안한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실패나 좌절에 매우 취약하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들이 자신에 대한 믿음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맺기나 의사소통에 강점을 보인다. 이것이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타인에 대한 공감이 된다. 공감과 소통이 살아있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된다.

공감이 사라지고 막말만 살아있는 사회는 어디서 오는가? 모든 것을 가격으로 매겨서 물신화(物神化)하는 풍토에서 공감과 인내, 책임은 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이를 사람 중심, 생명 중심으로 전환해내는 것, 그것이 끊임없이 '어른아이'들을 키워낸 이 사회를 전환하는 길이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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