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 대전만년초 교장 |
개학을 며칠 앞둔 어느 날, 교문 앞에서 우리 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한 아이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으로 말을 걸었다.
“방학동안 잘 지냈니?”
“예.”
“이제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방학이 더 길었으면 좋겠니, 아니면 빨리 개학 했으면 좋겠니?”
“더 길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다른 아이에게 똑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그 아이도 방학이 더 길었으면 좋겠단다. 한결 같은 아이들의 대답을 듣고 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이왕이면 '방학, 너무 심심해서 싫어요. 빨리 학교에 갔으면 좋겠어요.'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왜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것일까?
사실 요즈음 학교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학교는 여전히 교과 위주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아이들은 교과 내용을 암기해야 하고 반복적으로 수학 문제를 풀며 많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학교가 끝나도 방과후 특기ㆍ적성 교육이다 학원이다 해서 하루 종일 공부에 시달려야 한다. 널따란 학교 운동장은 늘 텅 비어있다. 굴러가는 축구공을 뒤쫓으며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는 아이들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옛날처럼 놀이터나 운동장 가에 있는 나무 그늘 밑에서 공기놀이나 땅 따먹기 놀이, 고무줄놀이를 하는 여자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없다. 고개를 푹 수그리고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들의 모습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에서 공부만을 강요받는 아이들에게 학교가 즐겁고 행복한 곳은 아니 것 같다.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 함께 더불어 사는 법을 익히고 미래 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문제해결력과 창의성을 길러 주는 것이다. 이런 교육의 실현을 위해서 '아이들은 놀면서 성장한다'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며 규칙과 질서의 유용함을 느끼게 되고, 새로운 것을 찾고 발전시켜 나가는 창의성도 함께 키워나간다. 그러므로 학교 교육과정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추어 운영되어야 한다. 한 가지 지식이라도 더 많이 가르치려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선생님과 공부하는 일이 즐거울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친구들과 재미있고 즐겁게 어울려 지낼까를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이 정말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학교, 그래서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때마침 대전시교육청은 설동호 교육감의 교육의지가 반영된 '행복한 학교 희망의 대전교육'을 교육비전으로 제시하고 '학생이 건강하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행복한 학교로 의미 해석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그래서 '방학,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요'라는 아이들의 소망이 귀에 들려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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