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충 충남도립 청양대학 총장 |
경쟁력은 상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도 존재한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각종 자격증을 따서 스펙을 높여야 한다.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 성형도 불사한다. 소위 엄친들은 자식들의 생애까지 관리한다고 한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이유 외에 상류층 아이들을 친구로 만들기 위해서 학군을 옮겨 다닌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국가도 경쟁력을 높이기에 혈안이 됐다. FTA로 대표되는 자유무역질서 하에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 각국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한다. 우리나라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가경쟁력은 WEF조사에 따르면 세계 60개국 중 26위로 4계단 하락했다고 한다. 노력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개인이나 국가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경쟁력은 궁극적으로 1등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정글로 유도해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촉진시킨다. 더욱이 급격히 변화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촉진하고 고령화시대의 도래는 삶에 대한 불안감을 유발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발전을 하더라도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UN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52개국 중 41위라고 한다. 대만은 42위, 일본은 43위, 이탈리아는 45위라고 한다. 경제는 발전했는데 우리의 삶은 각박해지고 국민의 행복도는 낮아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일본의 한 공무원은 일본과 한국이 발전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부존자원이 풍부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는 자원을 누가 가질 것에 대한 내부의 갈등이 있어 경제발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한국은 부존자원이 없기 때문에 경제발전에 대한 공감대가 있으며 이러한 공감대가 경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에서 물질적으로 큰 성취를 이루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구촌 사회에서 우리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경쟁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과의 분배에 대한 갈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쟁력이 문제가 있지만, 경쟁을 포기할 수도 없다. 정신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지만 물질적 가치는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쇼핑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정부의 비효율을 말하고 있지만 그래도 정부밖에 없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발전방향을 정하고 자원을 투입하는 기획력과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집행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우수한 0.1%의 인재들이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지원책도 필요하다. 모든 사람들의 자발성을 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부처를 출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 경쟁력이 있다고 해서 내일 경쟁력이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무한한 시행착오 과정도 필요하다. 몇 가지 성공사례가 있으면 된다. 문제가 있더라도 지켜보고 덮어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끔은 주변을 살펴보는 여유도 필요하다.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한번 돌아보는 것도 경쟁력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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