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전 한남대 총장 |
그간은 군대생활이 특수하고 힘든 곳이지만, 그래도 청년들이 자신의 장래를 준비하는 데 유익한 기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반인륜적인 군폭의 실상을 듣고 보면서, 군에 걸었던 기대감이 좌절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 이런 좌절감을 갖고 군에 입대한 젊은이들을 군이라하여 인권이 짖밟히는 명령과 폭력만으로 다스려 강군을 만들 수 있을까. 오히려 정신적 불안과 군 문화의 문화적 충격으로 관심병사만 수적으로 늘어날 개연성이 많아질 수 있다.
필자는 군 생활을 교육적 입장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요즈음처럼 고난이나 역경 배고픔이나 인내심이 약한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장래를 위해 유익한 기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군 기간을 특별이 계획된 훈련 교육기간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군문화에 새로운 모색이 있었으면 한다.
대학에서 보면 젊은이들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 왔을 때, 그들은 어른처럼 성숙한 모습이 참으로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게 보였다. 그들은 군 생활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고난을 통해 자기극복과 어떤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체득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관계를 유연하게 유지하는 리더십도 보여 지도적인 역할도 하였다. 자기 미래를 설계하며 공부에 전념하는 열성도 보였다. 어떤 학생은 특수한 자격증을 따 가지고 나와 대학졸업 후, 그 분야 직업에 종사하거나 취업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힘들었던 군 생활문화가 그들에게 흥미 있는 삶의 한 스토리가 되어 삶에 도움을 준다고도 했다.
그들은 군대라고 하는 특수한 문화 속에 있다가 갑자기 대학문화에 노출되면, 문화적 충격 때문에 대학생활에 적응하느라 무척 힘들어 했다. 3개월 혹은 한 학기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잘 적응하여 성공적으로 대학생활을 마치곤 했다. 문화의 격차가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인가를 보았다. 그래서 현재의 군 생활을 교육이라는 입장에서 보아, 군대 문화와 대학의 문화를 연결하는 브리지의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군대라는 기간이 젊은이들에게는 낭비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식을 가질 수 있는 유익한 기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군대는 매우 아픈 진통을 겪고 있다. 비록 일부에서 자행된 일이라 하지만 군대 내의 각가지 군폭력, 성추행 등 반인권적인 행위들을 백서라도 만드는 심정으로, 이번 기회에 숨김없이 낱낱이 밝혀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군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추한 것을 토해내는 자정행위로 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적당히 덮어두거나 뭉개버리는 식의 추한 쓰레기가 남아서는 안 될 것이다. 부끄럽고 창피한 일일지라도 새롭게 시작하고 경고하는 차원에서라도 군 스스로가 반 인륜적인 행위를 똑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국방부장관, 지휘관들부터 사병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스스로 현실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군 정신의 준엄함으로 군대의 공공성을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군대의 공공성을 통해 군대 안에서부터 스스로 신뢰가 회복되는 참신함을 보였으면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의 마음을 짖밟는 사람은 그 이상의 책임을 묻겠으며 이러한 군대내의 적폐는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력한 메시지로 군의 변화를 촉구하였다. 또한 김요한 육군참모총장도 “반 인권적이고 엽기적 가혹행위가 지속되거나 이를 은폐하는 부대는 즉각 해체하고, 관련 지휘관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촉구와 각오가 구호에 끝이지 않고 오늘의 대한민국의 높은 국격에 걸맞은 새로운 군 문화로 변화가 아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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