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인생이라는 특별하고 소중한 여행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목요세평]인생이라는 특별하고 소중한 여행

김원배 목원대 총장

  • 승인 2014-08-20 14:05
  • 신문게재 2014-08-21 16면
  • 김원배 목원대 총장김원배 목원대 총장
▲김원배 목원대 총장
▲김원배 목원대 총장
세상 무엇보다 안전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배 속에서 10개월간 머물다 낯설고 당황스러운 세상의 밝은 빛을 맞이하면서 사람의 인생은 시작된다. 태반 속에서 지내는 기간 동안 나름대로 세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어머니를 통해 간접적으로 많은 학습을 하며 준비를 해 왔지만, 막상 대하게 되는 현실 세계는 너무도 낯설고 당황스럽다. 매 순간 새로운 상황에 던져지고 저마다 그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것이 인생사다.

이렇듯 사람의 인생사는 모든 것을 갖추지 못한 채,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낯선 공간에 던져지면서 시작하게 되는 여행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고 학습하면서 나름대로 꼼꼼한 준비를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생경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때로는 당황하고 새롭게 경험하는 현실에 때로는 묘한 흥분을 느끼기도 하면서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이 하계휴가 기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고들 있는데, 여행을 하는 과정은 여러 면에서 사람의 인생사와 일맥상통하는 점들을 가지고 있다.

우선 새로운 장소를 여행하는 중에는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에 의해, 서로 다른 언어의 장벽에 의해 대화도 어렵고 행동하는 것 또한 많이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오히려 사람을 절박하고 진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우선 고려하고 눈높이를 맞추면서 더욱 절실하게 소통하게 되고, 이러한 진심어린 교감 속에서 상대방에 대해 더 큰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낯선 곳에 대한 여행은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놀랍고 생경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낯선 장소로 여행을 다니다 보면 당장 누워 쉴 곳도, 급하게 배를 채울 음식도,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차가운 밤공기를 막아줄 외투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야말로 기본적인 의식주 어느 하나도 보장되지 않는 불확실한 상황의 연속이다. 하지만 어떤 여행자도 그런 난해한 상황 속에서 주저앉아 신세한탄만 하고 있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통해 장애물을 극복하고 상황에 맞춰 즉흥적으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 이처럼 여행은 통상 자유롭고 여유로운 것으로 인식되지만 실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한편 여행 중에는 나에게 있는 줄도 몰랐던 잠재능력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평소 일상에서는 나의 단점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행 중에 되레 나의 장점을 드러내기 위해 집중하다보면 스스로도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 가까운 곳을 찾아갈 때도 네비게이션 기기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던 내가 미로보다 복잡한 도심 골목길에서 길을 척척 찾아내고, 낯선 이에게 먼저 말 걸기를 어색해 하던 내가 어느새 처음 만나는 이방인에게 친근한 안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이 외에도 많은 것을 들 수 있을 테지만, 아무튼 여행이라는 것은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처럼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끊임없이 접하게 되고, 익숙하게 지내오던 성격이나 능력까지도 다시 발견하게 하는 등 많은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필자 또한 얼마 후 지난 30여 년의 기간 동안 교수로서, 그리고 총장으로서 재직하던 대학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동일한 사고와 방식으로 생활해 오던 시간을 지나 이제 다시 특별하고 소중한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후면 새롭게 시작될 여행에서는 분명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와는 다른 불확실한 상황과 시간에 대한 걱정도 일부 있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필자의 성격이 원래 긍정적이고 밝은 측면이 강한 탓에 앞으로 새롭게 경험하게 될 많은 일들과 풍경을 기대하며 긍정적인 흥분을 가지고 있다는 편이 보다 적절한 표현이리라.

이렇기에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대해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듯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