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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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는 학교

박경오 홍성 서부초 교사

  • 승인 2014-08-19 14:10
  • 신문게재 2014-08-20 16면
  • 박경오 홍성 서부초 교사박경오 홍성 서부초 교사
▲박경오 홍성 서부초 교사
▲박경오 홍성 서부초 교사
문득 작년 음악경연대회를 준비하던 때가 생각난다. 신규교사로 첫 발령을 받자마자 떡 하니 맡게 된 리드합주 동아리. 여기에 들어온 아이들을 어떻게 일 년 동안 이끌어야 할지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다. 평소 음악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사실 합주단을 지휘하는 일은 나에게는 버거운 분야다. 무엇보다도 나는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없었기에 겁부터 났다. 더군다나 선배교사에게 얻은 악보의 수준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박자도 수시로 바뀌고, 각 부분의 빠르기도 제멋대로여서 과연 이것을 아이들이 연주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불안한 마음이 컸지만 일단 부딪혀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이 기우일 정도로 아이들은 참으로 대단했다. 지난해 음악경연대회가 열리지 않아 악기 연주에 대한 갈증이 컸다고 빨리 연습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단다. 자신은 아코디언을 연주해보고 싶었는데 한 번도 해보지 못하고 졸업하게 생겼다며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아 결국 아코디언 파트장으로 뽑힌 학생도 있었다.

이런 보석같은 아이들이 있어서 마음은 든든했지만, 전교생 50명인 우리 학교에서 절반 이상을 뽑아 대회를 목표로 리드합주 동아리를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자꾸만 이유를 달아서 쉬운 곡을 연주하자고 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처음 받았던 곡이 재밌다고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머리가 아픈 것이 아이들의 연습실이 방과후 피아노교실 장소로 바뀌어서 연습 공간조차도 없어졌다. 궁여지책으로 강당에서 틈틈이 기초 훈련을 하며 두어 달을 보냈지만 대회 준비는 제대로 되질 않았다.

아이들의 열정은 참으로 뜨겁다. 새로운 악기 적응에 어려워하고, 파트연습은 고단했으며, 의견이 달라서 싸울 때도 있었지만 끝내 작품을 만들어 낸다. 악보를 끝없이 살피며 새로운 악상을 찾아내고 거기에 템포와 화음을 입혀서 살아서 꿈틀거리는 생명체를 만들어 낸다. 여름 내내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강당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연주하고 아이들은 하나가 된다. 무대 위에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내가 해준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저렇게 멍석만 깔아주어도 행복하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과연 아이들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악보였는데 대회를 앞두고는 근사하게 멋진 곡이 연주되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쯤 되자 아이들도 자신이 붙어서 긴장하지 않고 마음껏 음악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음악경연대회 준비 과정은 아이들의 음악적 정서를 놀라울 정도로 고취시킬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속해 있는 동아리나 학교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와 더불어 무대에 올라본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아이들의 노력은 홍성군 음악경연대회 기악부문 금상이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대회가 끝나고 나니 전시회장을 나서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시되어 있는 수많은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 공들인 시간만큼 얻어가는 것이 많은 전시회처럼 아이들도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하나가 되어 희망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면서 더욱 성장하였다.

나도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교감을 이룰 때마다 교직에 있는 것에 대한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런 매력 때문인지 아직도 리드합주 지휘봉을 놓지 못하고 아침, 점심으로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학교에 오면 항상 아름다운 음악 소리로 아침을 시작하니 참 좋다”고 하신 어느 선생님의 말씀처럼 아이들과 함께 날마다 맛있는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는 나는 행복한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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