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영 대전지방기상청장 |
태풍은 저위도 지방과 고위도 지방의 열적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일어나는 것으로, 저위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받으면서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하며 고위도로 이동하는 기상 현상을 일컫는다. 열대 지역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은 발생장소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북서태평양에서는 태풍, 북중미에서는 허리케인,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최대풍속이 17㎧ 이상의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는 열대저기압을 태풍이라고 부른다. 태풍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공기의 소용돌이가 있어야 하고 해수면온도가 26도 이상이어야 하므로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적도 부근에서는 태풍이 발생하지 않고 남ㆍ북위 5도 이상 지역에서 발생한다. 태풍의 중심 부근에 반경이 수㎞~수십㎞인 바람이 약한 구역이 있는데, 이 부분을 '태풍의 눈'이라고 한다. 또한, 태풍 진행방향의 오른쪽 반원이 왼쪽 반원에 비해 풍속이 강하여 피해가 크다. 그 이유는 태풍 진행방향의 오른쪽은 태풍을 진행시키는 상층의 바람과 태풍 중심으로 불어드는 바람이 더해져 더 세어지고, 왼쪽은 태풍을 진행시키는 상층의 바람과 태풍 중심으로 불어드는 바람이 반대방향이어서 약해지기 때문이다.
옛 문헌에 나타난 우리나라 바람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고구려 모본왕 2년 3월(서기 49년 음력 3월)에 강한 바람으로 인해 나무가 뽑혔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고, '태풍'이란 단어는 1904년부터 1954년까지의 기상관측 자료가 정리된 '기상연보 50년'에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Typhoon'이라는 영어 단어는 그리스 신화의 '티폰(Typhon)'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티폰(Typhon)은 백 개의 뱀 머리와 강력한 손과 발을 가진 용이었으나, 아주 사악하고 파괴적이어서 제우스(Zeus) 신의 공격을 받아 불길을 뿜어내는 능력은 빼앗기고 강한 바람만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Typhoon'이라는 영어 표현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태풍은 일주일 이상 지속될 수 있으므로 동시에 같은 지역에 하나 이상의 태풍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때 발표되는 태풍 예보를 혼동하지 않도록 하려고 태풍 이름을 붙이게 되었고, 호주의 예보관들이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태풍 이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태풍의 이름을 붙이다가 북서태평양의 태풍 이름은 2000년부터 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이 각 10개씩 제출한 고유한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 총 140개의 태풍 이름을 순차적으로 사용하며 140개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10개의 이름은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독수리'다. 매년 개최되는 태풍위원회 총회에서는 그 해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의 경우 앞으로 유사한 태풍 피해가 없도록 해당 태풍 이름을 퇴출하고 새로운 태풍 이름으로 대체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이름을 붙였던 태풍 '나비'는 2005년에 엄청난 재해를 일으켜 '독수리'라는 이름으로 대체되었다.
태풍은 항상 해로운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강한 바람과 많은 비로 엄청난 피해를 입히지만, 중요한 수자원의 공급원으로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지구의 남북 온도 균형을 유지시킬 뿐만 아니라 해수를 뒤섞어 순환시킴으로써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입추가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바람이 선선해지며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이 시점에서 작년 10월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 피해를 입힌 '다나스' 같은 가을 태풍이 올해는 우리나라를 비켜 지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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