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교황이 기업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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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교황이 기업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윤준호 (주)성광창호디자인 대표이사(세종대 일반대학원 겸임교수)

  • 승인 2014-08-13 15:43
  • 신문게재 2014-08-14 17면
  • 윤준호 (주)성광창호디자인 대표이사윤준호 (주)성광창호디자인 대표이사
▲윤준호 (주)성광창호디자인 대표이사(세종대 일반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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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호 (주)성광창호디자인 대표이사(세종대 일반대학원 겸임교수)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천주교인뿐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이 설레고 있다. 교황방문은 1989년 264대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만으로,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황 관련 서적들이 봇물 터지듯 팔리고 있고 각종 기념행사와 이벤트 등이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다.

또한, 올해 3월 포춘지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 50인 중 프란치스코 교황을 1위로 선정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보여지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존경과 명성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기존 교황들보다 더 전 세계적인 추앙을 받는, 프랜치스코 교황 팬덤 현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직에 선출되기 이전인 주교, 추기경 시절부터 검소하고 겸손한 삶을 지향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 그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교황직으로 선출된 이후 교황들이 누렸던 과거로부터 혜택을 포기하고 불필요한 격식과 절차를 과감히 배제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전 세계인에 각인됐기 때문에 팬덤현상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연일 터지고 있는 정치인, 기업총수를 위시한 사회적 지도자층의 각종 불법행위 및 비리 등으로 국민이 사회적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상대적 박탈감 및 피로감이 극에 달해있는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과 맞물린 그에 대한 존경과 인기는 시기적으로 더 극적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사회적 지도자층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대변혁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가슴에 품고 이반된 민심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힐링타임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기업경영을 하는 최고경영자들에게는 어떤 메시지와 교훈을 되새겨 봐야 할까?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하지만, 영국의 유력일간지 '더 타임즈'지에 따르며, 교황청의 자산규모는 약 100억 유로(미화기준 약 140억 달러)로 약 14조 정도며, 이중 주식비중이 90% 부동산은 10%라고 한다. 교황청을 기업조직으로 비유한다면, 수장인 교황은 최고경영자의 지위와 동일한 권위와 권력이 부여된 존재다. 이러한 자산규모의 수장인 교황이 어떠한 경영철학과 가치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교황청의 조직문화와 가치, 전략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로부터 행해져 오던 대규모 행사에서의 일체의 허례허식을 과감히 버렸다. 교황직에 선출될 당시 교황 선출자가 착용하는 붉은색 교황용 모제타를 입지 않았으며, 목에 거는 가슴 십자가는 추기경 시절부터 착용하던 철제 십자가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 조직구성원 등의 시각에서 봤을 때, 불필요하다고 인식되는 낭비를 유발하는 일체의 보여주기식 경영관행과의 단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둘째, 교황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각종 권력과 특혜를 포기했다. 대주교 시절 주교관 대신 작은 아파트에서 지냈다.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교황들이 거주했던 사도 궁전을 포기하고, 소박한 성녀 마르타 호텔을 자신의 거주지로 선택했다. 이는 초심을 잃지 않고, 대중 및 사회적 약자들과의 소통을 강조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생철학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기업규모가 거대해지면서, 기업경영자의 권력이 정부 및 국민의 권력보다 우월하다는 경영자의 오만이 팽배해지면서, 불법행위와 비윤리적 행위를 자행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거나 형식적으로 수행하려는 행태를 보여 왔다.

이로 인해 최고경영자들은 권력은 있으나, 권위 및 사회적 정당성은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부여된 권력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선한 행위로 표출해 사회적 정당성과 권위를 인정받고 사회적 존경을 받는, 즉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처럼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전 세계경제에 공헌하는 창조적 자본주의 및 깨어 있는 자본주의의 선구자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표본이 될 만한 기업경영자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 기업경영자들도 교황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몸소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면, 국민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내는 팬덤현상을 우리 기업경영자들도 누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필자 역시 최고경영자의 한 사람으로, 지금 이 순간 이후부터 어떻게 해야만 권력과 권위가 동일시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치관과 철학으로 기업을 경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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