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
얼핏 균형 잡힌 보도 같았지만 '원도심 활성화엔 낙제점'이라는 커다란 자막과 '큰 기관이 들어왔으면 아무래도 낫겠지요.'라는 식당주인의 인터뷰는 부정적 이미지를 남길 여지가 있어 아쉽게 여겨졌다. 전언에 의하면, 편집으로 뜻에 차이가 생긴 것 같다. 이 보도를 예로 든 이유는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정형화된 사고가 존재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는 학창 시절과 직장 생활의 대부분을 대전 원도심에서 보냈기 때문에 대전과 원도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나의 사고나 생활 방식도 원도심형이라고 할 수 있기에 나는 이곳을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으로 느끼며 친구나 친지들과 어울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수년 간 원도심 활성화는 대전이 당면하고 있는 최대 현안이다. 때문에 언론에서도 시시때때로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데 원도심 활성화가 거론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장사가 안 된다는 식당주인의 하소연이다.
원도심 활성화의 본질은 식당 매출 증가가 아니다. 그리고 대전에는 식당이 2만개나 되는 포화 상태라는 점이나,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잘되는 식당이 원도심에도 많다는 것은 아예 언급도 되지 않는다. 원도심에서 생활하면서 쇠락한 상가를 볼 때 나는 마치 늙어가는 친구들 모습을 대하는 것 같은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지만, 그렇다고 일부에서 그러는 것처럼 원도심이 죽었다는 식으로만 몰고 가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도심은 분명 꿈틀대고 있다. 굳이 대전시민대학 학습자의 교통수단 비율이 20% 정도인 지하철을 예로 든다면, 가장 가까운 중구청역의 상반기 운임 수입이 작년 대비 11.5% 증가하였다.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 그렇지 여러 면에서 대전시민대학의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은데도 아직 각박하게 평가하려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
학습을 중심으로 시민 생활이 변화하는 조용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필자는 감지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책임을 다 져야하는 것처럼 오도해서도 안되겠지만, 대전시민대학은 제 몫을 다 하면서 나름 기여하고 있다고 필자는 자부한다. 원도심은 사람 중심으로, 특히 이곳에 살고 있는 정주민 중심으로 재생되어야 하고, 여러 전략과 정책이 통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원도심은 다 갈아엎고 재개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살만하게 고쳐가면서 살아야 할 곳이다. 생각을 바꾸고 다른 눈으로 원도심을 바라보면 그 사랑스러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신도심이 개발되고 충남도청이 빠져나갔다고는 하지만 아직 원도심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의 일상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이만큼의 유동인구가 있고 이만큼 유지되고 있는 것만 해도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생각해 보자. 경기는 심리적 요인에 많이 좌우된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더 어려워지지만 희망이 있으면 활력이 생긴다. 원도심에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다.
구매를 촉진할 매력을 만들어내자. 현재의 상점 모습, 현재의 업종으로는 서울 아니라 뉴욕에 갔다 놔도 손님이 오지 않는다. 원도심 거주 주민들부터 이곳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손님이 오도록 하려면 손님이 올 수 있는 업종으로 전환하고 상점의 모습을 바꾸고 상품과 서비스를 갖추어야 한다.
구역별로 업종의 재구조화와 재배치를 유도하고, 경쟁력을 상실한 사양 업종은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전업을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UN 해비타트는 도시 번영의 기준으로 생산성, 도시 기반시설, 삶의 질, 환경 지속가능성, 평등과 사회통합의 균형 발전을 제시하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대전 원도심이 이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고 주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로 발돋움하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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