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감]세계 최대 카리용, 대전의 명소될까?

  • 오피니언
  • 미디어의 눈

[중도시감]세계 최대 카리용, 대전의 명소될까?

오주영 교육체육부장

  • 승인 2014-08-07 14:13
  • 신문게재 2014-08-08 17면
  • 오주영 교육체육부장오주영 교육체육부장
▲오주영 교육체육부장
▲오주영 교육체육부장
대전 서구 복수동 대전과학기술대의 상징탑인 '혜천타워'에는 2004년 7월5일 '기네스협회'가 인정한 세계 최대 규모의 카리용이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카리용 보다 종(bell)수가 1개 더 많은 78개다. 카리용은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지면이 수면보다 낮은 저지대 지역의 높은 탑에 설치된 종으로 원래 신호용으로 사용됐다. 1600년께 오르간(organ)과 같은 구조의 연주대(Console)와 20여개 이상의 종들이 손 건반과 페달건반에 연결돼 연주가 가능한 악기로 탄생했다.

대전과기대의 카리용은 하루에 3차례 1분 내외의 짧은 곡이 무작위로 자동 연주되고 있다.

카리용 연주 소리는 반경 3㎞로 퍼져 나가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돼 긴 연주나 정기 공연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지 않는 한, 카리용 연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기대 측은 세계 최대 카리용이 사장되는 것에 대해 큰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 자신들의 무관심 내지 방관을 자책하는 분위기도 상당 부분 깔려 있다.

실제, 2007년 대전과기대에서 카리용 연주회를 열었는데 혜천타워 밑에서 참석자들이 모두 양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 공연을 감상했다. 이는 길을 걷거나 벤치에 걸터앉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카리용 연주를 듣는 유럽 문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만큼 카리용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았다. 그 후 카리용은 주민 민원을 이겨내지 못한 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시민들로 부터 멀어져 갔다. 이는 대학 구성원들과 대전시, 서구 등 지자체가 이 악기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해서다.

과기대측은 지난 여름 벨기에에서 열린 세계 카리용 대회를 다녀온 후 생각을 고쳐 먹었다. 외국의 저명한 카리용 연주자들이 대전과기대의 카리용 규모를 두고 대단하다며 손을 치켜세웠다고 한다. 설립자의 손자인 이 대학 이효인 행정부총장은 이번 벨기에 대회를 참관 한 뒤 '카리용 100배 즐기기'묘안을 짜내고 있다.

우선, 이곳에 스토리텔링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과기대의 카리용에는 부모님에 대한 효(孝)와 도전 정신 등이 담겨져 있다. 카리용은 이 대학 설립자 고(故) 이병익 장로가 어머니 고(故)양길녀 권사를 추모하기 위해 2001년 9월 만든 것이다.

“하늘보다 바다보다 더 큰 어머니의 사랑, 이 아들 위해 새벽을 가르며 눈물로 드리던 그 절절한 기도, 물레질 하시며 물렛돌 위에 성경책을 펼치고 한글을 깨우치시던 그 진지한 눈빛을 지금까지 나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한개의 종이 무려 10t인 대종(大鐘)에는 어머니의 초상과 함께 타워와 종을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시가 이처럼 새겨져 있다. 젊은이들의 도전 정신도 담겨져 있다. 혜천타워의 높이는 78m, 78개의 종이 있다. '7전 8기'의 도전 정신을 상징하기 위해 이 숫자를 맞췄다고 한다. 78m 높이의 청동빛 돔과 하늘을 찌르는 웅장한 라임스톤 타워. 78개의 종으로 이뤄진 천상의 화음을 자랑하는 장엄한 카리용이 탄생한 스토리텔링이다.

과기대측은 카리용의 대중화를 위해 제 69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10시 카리용으로 애국가를 연주하려 하고 있다. 시민들과 소통을 하기 위함이다. 마을 기념일이나 대전시 행사, 국가적 행사, 신년 타종행사도 혜천타워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작은 손으로 10t이 넘는 종을 울리는 주민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카리용 연주자인 오민진 대전과기대 교수는 “마치 하늘에다 수채화를 그리는 느낌”이라고 자신이 받는 감흥을 전했다.

대전시와도 여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전의 명소로 대표되는 대전 8경에 포함해 줄 것을 대전시에 요청하고, 시티투어 코스에 넣어 국내외 관광객들이 와서 즐기는 랜드마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악기인 카리용을 대전의 자랑이자 명소로 만들기 위한 대전과기대의 계획에 무엇이 담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대전교육청 성천초 통폐합 추진… 학부모 동의 난항 우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