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상호존중과 배려가 답이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목요세평]상호존중과 배려가 답이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승인 2014-08-06 14:35
  • 신문게재 2014-08-07 16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김희수 건양대 총장
▲김희수 건양대 총장
최근 연이어 군내부의 인화문제로 인해 발생된 사건들이 터지면서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나라 안팎이 편편치 않은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인 군마저 흔들린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군은 평상시에는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최선으로 보이나, 위기시에는 국민이 마지막으로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최후의 집단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군에 거는 기대는 물론 그만큼 규율이 엄격하고 군인들은 용맹함을 갖추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더욱이 요즈음 같은 평화시기에는 군의 임무가 국토안보 뿐만 아니라 각종 재난구호에까지 미치게 되고, 또 세계평화를 위해 세계방방곡곡에 파병되어 국위를 선양하는 등 전평시를 막론하고 꼭 필요한 친구같은 존재로 인식되어 '국민의 군대'라는 말이 살갑게 느껴질 정도인 것이다.

최근 일련의 군 사고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을 근간으로 하는 군 조직에서 생기고 있다는 점에서 그 '상명하복'의 원칙에 대한 새로운 검토를 제기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그같은 사건ㆍ사고는 단발성도 아니고 항상 일어나는 것이 되어버린 만큼 모든 국민과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요즘 아이들이 가정교육이 안되어서, 혹은 학교에서 교육이 제대로 안되어서 잘못된 버릇이 군대까지 연장되어 그같은 사건ㆍ사고의 빌미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다.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말미암아 초ㆍ중ㆍ고교의 교육이 입시 위주로 진행되면서 자연히 인성교육은 소홀히 되었고, 가정에서조차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가정교육이 상실되는 등 수십 년 교육정책의 난맥상이 이제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 것이라는 얘기다.

필자는 군대와 대학의 공통점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즉, 어린 학생들을 데려다가 책임있는 시민으로 성장시켜 사회에 내보내는 교육의 기능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 한국인의 성장단계에서 군대나 대학과정을 지나면 더이상 책임있는 교육을 받을 과정은 없다. 그래서 어떤 나쁜 습성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군대나 대학에서의 교육 뿐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수년전 초ㆍ중ㆍ고교 학생들에게 교육현장에서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일부 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장한 바 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체벌을 하지 못하며, 학생은 복장ㆍ두발에 대한 자율권을 가지며, 학생들이 교육정책에 참여할 수 있다는 등을 골자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선생님들의 교권만 무력화시켰고, 학생들 사이에 소위 왕따문화만 양산시켰을 뿐 이렇다할 긍정적인 변화는 보이지 못했다.

최근 군내부에서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군인권법'의 제정이 지지부진한 탓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군의 특수성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군본연의 조직구성을 와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현재 학교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권의 추락으로 거의 방치상태에 놓인 학교교육의 현실을 볼때, '군인권법'에도 큰 기대를 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인성으로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수년전 학교 인근에서 사단장을 하고 육군훈련소장을 역임했던 한 장군이 만날 때마다 강조했던 '상호존중과 배려' 운동이 떠오른다. 그 장군은 군내부에서 생기는 문제들의 원인을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힘들어서' 라고 진단하고 과감하게 '병 상호간에 정감어린 인사말하기' 운동을 전개했다. 업무시간을 제외한 내무생활 시간에는 나이 어린 선임병이 나이 많은 후임병을 대접해주고, 병상호간에는 서로 지시 복종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로 돕는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수년 동안 실시해본 결과 사건사고 건수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자랑스러워하던 기억이 새롭다.

필자도 당시 상당히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상호존중과 배려' 운동이 무슨 이유에선지 전군으로 퍼져나가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가졌던 바가 있다. 그러나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문제가 진정한 사건의 발단이라면 그것을 법으로 해결해보려는 성급한 발상보다는 보다 근원적 처방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