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
이번 대출규제완화는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주었다는데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줘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오도록 하려는 의도다.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면 일반 경기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과연 정부의 의지대로 시장이 움직여 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전제조건과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당연하겠지만, 주택의 실수요가 증가해야 된다. 무주택 전ㆍ월세 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주거실태조사결과에 의하면 전세에서 자가로 전환하는 비율이 2005년 53%에서 2012년 23.2%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과거 무리한 대출로 주택을 구입해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경험은 주택구입보다는 매도하려는 움직임이 클 수 있다. 결국, 대출규제완화의 시기를 매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주택수요의 큰 영역을 차지하는 젊은 층들은 주택구입에 대한 의지나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도 주택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3분위 소득층의 경우 연봉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9년 정도 모아야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소비해야 되기 때문에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20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상당한 젊은 층들은 주택구입을 포기하고 임차를 당연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주택가격 상승이 전제되어야 한다. 저성장 기조 하에 우리 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과거와 같은 주택가격 상승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번 대출규제완화로 그동안 주택거래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급매물위주의 거래가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다주택자들에게는 향후 전ㆍ월세 소득과세에 대한 불안으로 주택 처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그래서 반짝하는 주택가격 상승은 있겠지만, 지속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셋째, 대출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어야 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사용용도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실제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 대출을 받는 경우와 다른 하나는 기존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이번 기회에 1금융권으로 대출을 갈아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마지막 유형은 대출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이다. 현재와 같이 경제가 어려운 국면에서는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1금융권으로 갈아타거나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실제 부동산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가계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대출규제완화를 반대했다. 지금 그때와 경기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경기활성화를 위해서 부동산시장을 자극하고 가격상승을 유도하는 것은 주택시장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가계부채규모가 1000조가 넘어 가뜩이나 가계부실의 위험이 큰 상태에서 대출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매매를 확대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신용이 낮은 층에도 무리한 대출을 해줘 주택시장의 버블이 형성됐다가 폭락하면서 금융위기를 몰고 왔던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인위적인 부동산시장 활성화보다는 선 순환적인 경제구조에서 해답을 찾아야 될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어 고용창출이 되고 경기가 회복되면 실질소득이 증가하게 돼 자연스럽게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어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되는 구조로 가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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