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진 한국전자통신정보연구원 오디오연구실장 |
ETRI 오디오연구실에서도 고품질ㆍ고효율의 다채널 오디오 코덱 기술, 고음장감을 제공하기 위한 다채널 스피커 어레이 기술, 디지털시네마 환경에서 사실적인 입체음향을 제공하기 위한 디지털시네마 오디오 프로세서 기술, 스피커와 마이크 사이의 음향채널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한 음향채널 통신기술(ADT:Acoustic Data Transmission) 등 다양한 분야의 오디오 기술에 대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디오 기술의 진화가 가져올 미래 서비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휴대용 음악 재생기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것이 보편화된 지금, 수많은 음악 콘텐츠 중에서 나에게 최적의 음악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 기술과 오디오 기술을 융합하면, 우리가 음악을 듣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 몸의 생체정보를 획득ㆍ분석하여 우리가 특정형태의 음악을 듣고 있을 때의 감정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의 특정한 감정 상태에 적합한 최적의 음악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지하철이나 사무실에서 음악을 듣거나 전화를 받을 때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고도 나만이 음악이나 전화 대화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스피커 어레이 기술을 활용하면 소리의 방향성을 제어할 수 있어서, 이어폰 없이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에게 방해를 주지 않고 음악을 듣거나 전화를 하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층간 소음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지금, 스피커 어레이 기술은 가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야외 공연장에서 마이크 어레이와 스피커 어레이 기술을 응용하면, 가상 방음벽을 만들 수 있어서 공연장 소음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현재는 스피커 어레이 기술을 고음장감 재현에 집중하여 연구ㆍ개발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ㆍ개발이 필요하다.
최근 많은 오디오 연구자들은 음향 사건 인지(Acoustic Event Detection)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는 음성 인식 기술을 넘어서서 음향 자체를 인식하는 기술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고 있는 다양한 소리의 종류와 발생 장소를 인지하는 기술이다. 음향 사건 인지 기술을 방범과 재난 상황에 활용하면, 범죄나 사고ㆍ재난 관련 소리를 인지하여 자동으로 지정된 번호로 신고하는 서비스가 가능해 우리 사회를 좀 더 안전한 사회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에 음향 사건 인지 기술을 적용하면, 평상시의 음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범죄나 재난사고 등의 특이한 사건을 자동으로 이를 인지하고 신고할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서비스에 응용 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에, 향후 연구ㆍ개발에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휴대용 MP3 재생기'를 만들어 새로운 오디오 시장을 개척하였지만,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도 거액의 로열티를 해외에 지불하고 있다. MP3 뿐만 아니라, 마이크, 스피커, 오디오 관련 믹서 등 수많은 오디오 기술의 대분을 기술 선진국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시네마 환경의 다채널 오디오 기술이나 오디오 부호화 기술 등의 분야에서 세계와 경쟁하고 있고, 세계와 동등한 수준의 연구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ETRI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다채널 오디오 부호화 기술과 음장 재현 기술을 개발하여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오디오 연구자들이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하는 만큼, 기술 종속성을 극복하고 우리의 손으로 새로운 오디오 기술의 미래를 열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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