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줄거리를 보면, 스탈린과 김일성, 아인슈타인을 100년 동안이나 멘토링하여 역사를 좌지우지한 능력의 소유자인 '알란 칼숀'이 100세 생일을 맞아 요양원을 탈출하며 벌이는 파란만장한 세계 여행을 그린 휴먼 코미디다.
무엇보다도 주인공 '알란 칼숀'은 여느 예술이나 문학 작품에서 다뤄지는 패잔병 같은 노인과는 달리, 그는 낙천적이고 유쾌하며 건강한 노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인생이 연장전으로 접어들었을 때 이따금 변덕을 부릴 수도 있다”는 그의 말처럼 이 작품은 인생 연장전, 즉 100세 이후의 삶을 긍정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았다.
바야흐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 100세 시대다. 호모 헌드레드는 유엔이 2009년 '세계 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정의한 개념이다. 우리나라도 2013년 말 100세 이상 인구가 무려 1836명으로, 그중 여성은 1580명(86.1%), 남성은 256명으로 여성들이 더 장수하고 있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다. 10여 년만 지나면 황수(皇壽ㆍ110세) 잔치가 흔해질 것이다.
'100세 시대' 노인들이 모두 병들어 요양원에 누워있거나 거동이 불편해 집안에만 있거니 하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요새는 젊은 노인들이 판을 친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며 지역사회에서 활기차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우리 주위에 생각보다 많다. 나이가 들어서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건강, 사회참여, 경제활동 기회를 만끽하며 노후생활을 보낸다.
이러한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듯, 지난해에는 통상 65세로 정의되어 있는 노인 기준을 70세나 75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연령 기준을 높이자는 주장이 연금 기준 연령을 높여 궁극적으로 사회적 부양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반발에 부딪혀 곧 잦아들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라도 60~70세를 겨냥한 노인 정책이 아니라 90~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노인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하루 빨리 바꿔야 한다.
100세 시대에 걸맞은 맞춤형 개념 중 하나는 고령자 자립사회다. 고령화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장으로 보고, 무한한 노인의 자원을 대상으로 한 산업을 일궈내, 노인들이 일하고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령사회를 거대한 '폭풍'이 아니라, 거대한 '기회'로 삼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100세 시대에 대한 성공적 대비는 결국 국민, 정부,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진행해야 한다. 국민은 본인이 100세까지 산다는 것을 현실로 인식하면서 스스로 신체적 건강과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고, 정부는 국민의 건강 증진, 사회안전망 확충, 일자리 증진, 교육 강화 같은 지원적 역할을 충실히 하며, 지역사회는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속적이고 활발한 사회 활동을 장려하고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한국판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알란 칼숀' 등장 여부는 결국 우리들 모두에게 달려 있다. 노인의 가치와 역할이 인정되는 사회가 가장 건강한 사회라는 인식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이제 100세 시대는 모두가 함께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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