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혼인의 의미와 역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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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혼인의 의미와 역사 (2)

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4-07-28 13:54
  • 신문게재 2014-07-29 16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혼인이란 사회적으로 인정된 성적ㆍ경제적 결합이니만큼 혼인의 진행과정이나 혼인의 시작을 알리고 기념하는 방법은 사회마다 다양하다. 대부분 일정한 의식과 축하연으로 혼인을 기념하고 있지만 어떤 곳에서는 다른 사람이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혼인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특별한 예를 들어보면 뉴기니의 쿼마족의 경우에 오늘날 결혼 전 동거와 같은 시험결혼을 하고나서 부부가 되는 의식을 치른다. 즉 여자가 먼저 남자의 집에 들어가 그 가족과 함께 산다. 함께 사는 동안 남자와 남자의 어머니가 그 여자가 마음에 들면 이제 혼인해도 되겠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아들이 집을 나가는 날을 기다린다. 원래 여자는 그 남자에 집에 들어와서 사는 동안 자기의 먹을 것은 자기가 조리하여 만들어 먹었지만 아들이 밖으로 나간 그 날 남자의 어머니는 그 여자로 하여금 아들의 식사를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온 아들에게 음식을 주는데 거의 다 먹을 무렵 그의 약혼자가 음식을 만들었음을 알려주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혼인이 이루어졌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말을 들은 남자는 밖으로 뛰쳐나가면서 “쳇, 맛이 엉망이야! 요리가 형편없군”이라고 말하는 것이 관례적이라고 한다. 그런 다음 의식을 치르고 혼인을 공식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곳에서 혼인은 각 부족이나 씨족 간의 화해의 의미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혼인의 의례에는 적개감의 의례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케냐의 구시족의 예를 들어보면 신랑 쪽 젊은이들이 신부를 데리러 와서는 신부를 찾아내 꼼짝 못하게 잡아 놓고는 그녀의 부모들로부터 결혼의 승낙을 받고 신부를 끌고 나가는데 그동안에 신부는 집 기둥을 붙잡고 있다가 부모의 결혼승낙을 받은 후 비로소 머리에 손을 얹고 울면서 신랑 쪽 젊은이들과 함께 간다고 한다. 그런데 신부로서는 신랑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물리칠 수 있는 시간이 긴 것에 대하여 자부심을 갖기 때문에 싸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첫날 밤 잠자리까지 심지어는 성행위를 넘어서까지 계속되며 결국 다음날 신부가 걷지 못할 정도에 이르러 비로소 신랑이 '진정한 남자'로 대접받게 된다는 것이다. 혼인에 있어서의 적대감의 표현은 실제로 두 친족집단 사이가 경쟁적이거나 적대관계 있는 경우에 이루어지기 때문인데 많은 사회에서 '적'인 마을 출신 여자들과 혼인하는 것은 흔한 일인 것이다. 얼마 전 정도전이라는 드라마에서도 나왔듯이 공민왕의 왕비가 원나라의 노국공주인데 바로 원과 고려의 관계가 이러한 잠재적인 적대관계로 인하여 이루어진 혼인이라는 데서 이러한 점이 드러나 있는 것이다. 또한 혼인은 단순히 남녀와 만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가 수반되는 것이다. 바로 독일의 속담과 같이 “남자가 처녀와 혼인하는 것이 아니라 전답과 전답이 혼인하고 포도밭이 포도밭과 혼인하고 소와 소가 혼인하는 것이다.” 사실 결혼에 있어서의 경제적인 고려는 오늘날 명시적으로 또는 공공연하게 표현되고 있지 않지만 결혼의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고 중심적인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오늘날 결혼연령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것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인류학적으로 알려진 사회의 75% 정도에서도 경제적 거래는 혼인의 중심적인 문제가 되어 결혼할 각 집단이나 가족 간에 혼인하기 전이나 후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속)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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