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지난 4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백 명에 달하는 인명사고가 일어났다. 세월호 사건을 인재사고로 본다면 초기대응만 잘 했더라도 그 많은 인명피해는 피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정부의 위기관리에 대한 대처 능력과 그 후속처리에 대한 무책임이 더 큰 피해를 키웠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일면에서 보면 세월호 사건은 예견되어진 위분라고 볼 수 도 있는데 정부와 민간의 관행, 전관예우, 윤리의식의 부재, 과도한 금전욕심, 민관유착 및 안전 불감증 등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으로 보인다.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결국 사람이 그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기에 너무 안타까운 사건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위기 상황에서 초기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세월호 사건에 대해 정부가 위기에 따른 초기대응만 일관성 있게 잘해냈더라면 분명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을 통해서 위기를 얼마나 지혜롭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 자체가 일어나는 것을 사전에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재삼 느끼게 한다.
지난 사건들을 되돌아볼 때 임진왜란 때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낸 영웅 이순신의 책임의식과 위기관리 능력을 비견하게 된다. 그는 철저한 유비무환정신의 소유자다. 매사에 대하여 평소 준비가 철저하면 후에 근심이 없다는 것은 지당한 이치이며 이순신 장군이 백전백승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가 이 유비무환이라는 위기관리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또한 사전에 정보의 수집분석에 대한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왜구를 물리치기 위해서 주위환경을 면밀히 분석하고 아군의 강점과 약점은 물론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이순신 장군이 철저한 정보수집과 분석을 근거로 승리함으로써 상대를 알고 자기를 알면 백번 싸워도 이긴다는 사실을 보여 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매사 사전에 문제점을 예견하고 대처한다면 위기 또는 재난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며 그 결과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장군이 가진 두드러진 정신의 하나가 불굴의 정신이다. 불굴의 정신은 위기 속에서도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은 세 번의 파직과 두 차례의 백의종군이라는 정신적인 고통과 위기 속에서도 단 10여 척의 전함에 오합지졸 같은 병사들을 이끌고 130 여척의 일본 정예 함대와 맞붙어 명량해전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이뤄냈다. 그의 불굴의 정신은 선조에게 “우리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출전을 설득한 장면에서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이순신 장군의 전투사를 보면 그는 변함없는 솔선수범정신의 소유자다. 위기에 닥쳤을 때 리더가 앞장서서 해결하는 솔선수범하는 행동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원균 휘하의 조선군이 칠천량해전에서 전멸함에 따라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한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를 수리하여 명량에서 130척의 적선과 마주친다.
이때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는 대장선이 앞으로 돌진했다.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요, 살고자하는 이는 죽으리라” 하고 외치며 이순신장군이 진격하였고 적선을 보기 좋게 격파하자 한 척 두 척 자신감을 얻어 합세하여 싸운 결과 세계 해전사에서 가장 완벽한 해전인 명랑대첩이라는 위대한 승리를 만들어 내었다. 위기에 처했을 때 그의 탁월한 리더십에 대한 병사들의 믿음의 힘이 큰 역사를 만들어 냈음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전쟁에 임함에 있어 절대적인 약점과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애국정신을 보임으로써 이순신 장군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되어 있다. 그의 탁월한 지도력,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부하들에게 심어준 신뢰 등은 오늘날 21세기에 더욱 절실해지는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위기상황이나 극한적 난관에 봉착했을 때 책임자들이 보여주는 솔선수범과 리더십이 위기관리에 대한 진청한 대처 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정한 위기관리 능력은 확실한 책임감과 정직성에 있는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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