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등장' 동네상권 문 닫을판

편의점 진출 선언후 거센 반발… 대전슈퍼마켓연합회 '허가제' 조례제정 촉구

대전 서구 괴정동에서 20여 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4)씨는 몇 년전부터 하나둘 등장하는 편의점에 얼마전 신세계 편의점 진출 소식까지 전해지자 가게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김 씨는 “주택가 원룸 골목에만 벌써 편의점이 두 곳이나 생겼다”면서 “대기업 편의점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고, 편의점들끼리 경쟁도 심해 이제 동네 슈퍼는 설 곳이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편의점 진출을 본격 선언한 이후 골목 상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유통대기업인 신세계가 편의점 진출을 선언하면서 편의점간 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는 데다, 신세계측이 발표한 로열티·위약금·영업시간 강제가 없는 '3무 원칙'이 오히려 영세 슈퍼마켓들을 빠르게 흡수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편의점이 기업형슈퍼마켓(SSM)과는 다르게 규제를 받지 않아 대기업들의 변종 SSM으로 편의점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슈퍼마켓들은 신세계의 편의점 진출 이후 편의점도 허가제로 바꿔 자치단체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력 요구하고 있다.

신상구 대전슈퍼마켓연합회 이사장은 “대기업이 거대 자본력을 앞세워 편의점까지 진출한다면 동네 영세 슈퍼 마켓이 버틸 재간이 없다”며 “여러 소상공인 단체들과 연합해 비대위 체제를 구성하고 각 구청에 편의점을 허가제로 바꾸는 조례 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인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22일 성명서를 내고 “신세계는 지난 16일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공감 상생 협약식'을 체결한 다음날 편의점 위드미 사업설명회를 여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저질렀다”며 “편의점은 대기업의 새로운 SSM 형태로 현재 법의 제재도 받지 않는 소상공인들의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위드미(With Me)는 변종 기업형슈퍼마켓(SSM) 형태의 편의점”이라며 “신세계가 골목상권을 잠식하는 행태를 즉각 중지하고, 대기업의 위상에 맞게 지역 경제를 살리고 상생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희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