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산다는 것은 적절하게 타이밍을 맞춰가는 일이다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중도시평]산다는 것은 적절하게 타이밍을 맞춰가는 일이다

박기성 논설위원

  • 승인 2014-07-22 15:05
  • 신문게재 2014-07-23 16면
  • 박기성 논설위원박기성 논설위원
▲박기성 논설위원
▲박기성 논설위원
#이따금 경험하는 필자의 어설픈 행동 가운데 하나는 아파트 이웃 주민들에게 인사 타이밍을 놓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러하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뒤이어 나타난 아주머니에게 인사도 건네지 못한 채 잠시 동안 서먹한 침묵이 흐른다. 불과 며칠 전 이야기를 나눈, 바로 아랫집 아주머니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후회막급하다. 흔한 말로 '산다는 것은 타이밍의 예술'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특히 유명 인사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어느 특정 사안의 경우 자신의 인생을 판가름 짓기도 한다. 우리는 타이밍을 놓치고 뒤뚱거리는 유명 인사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혼외자식과 불륜문제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두 사람을 들여다보자. 이 경우 논란의 중심에 서자 누구는 처음부터 툭 털어놓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가 하면, 끝까지 오리발을 내미는 사람이 있다. 전자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면 후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발동하는 것은 당연히 변양균 쪽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혼외아들 관련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고, 나라가 발칵 뒤집혔어도 자신은 떳떳하다고 맞선다. 검찰총장 퇴임식에서 조차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며 부인과 딸에게 감사를 표했다. 가증스러울 따름이다. 반면 신정아와 불륜관계였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발 빠른 수긍으로 그 나마 일반인들의 측은지심을 샀던 것이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7ㆍ30 재보선에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 광산을 후보로 나선 것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은 사례 가운데 하나다. 권 전 과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의 한 복판에 서있던 인물이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의 1ㆍ2심 재판부 모두 이를 신빙성이 없다고 판결했으며 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심도 아직 남겨진 상태다. 자신이 주장했던 댓글 수사의 축소 은폐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이 채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폭로에 따른 보상이라도 받는 듯 광주 광산을 공천권을 날름 받아 삼킨 모양새다. 자신의 정치입문 타이밍을 오는 2016년 총선쯤으로 잡았더라면 '보상 공천' 이미지는 덜했을 뿐 아니라 남편과 관련된 부동산 축소 의혹 또한 그처럼 느닷없이 불거져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포상금을 노린 신고꾼'으로 언론에 등장하는 권 후보자의 뒷모습에 성급함이 묻어있다.

#홍명보 전 국가대표 축구감독의 사퇴 타이밍 또한 한발 늦었다. 16강에 입성하지 못한 채 귀국해 공항에서 호박엿 세례를 받으며 '이 시간부로 저는 국가대표 축구감독에서 사퇴하겠습니다'라고 했더라면 그에 대한 동정표는 고스란히 자기 몫으로 남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직에 대한 미련과 축구협회 임원진 특히 부회장의 미련 등이 뒤섞여 결국 그는 사퇴의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 결과 언론을 통해 땅 매매 문제, 브라질 현지에서 춤과 술로 달랜 뒤풀이 추태 등이 모두 까발려졌던 것이다. 결국 홍명보 전 감독은 축구감독으로서의 자존심을 깡그리 잃었을 뿐 아니라 감독직에서 억지로 끌려내려오는 안타까운 모습을 연출했다.

#국무총리 후보자였던 안대희와 문창극은 또 어떠했나. 문창극 후보자의 경우 무려 2주 동안을 질질 끌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비해 안대희 후보자는 자신의 '전관예우' 논란과 관련, 대법관 퇴임 이후 변호사 활동으로 늘어난 재산 11억 여 원을 모두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사퇴했다. 버티기로 일관하는 문창극 후보자의 모습을 보면서 일부에서는 '차라리 일찌감치 사퇴한 안 후보자가 더 낫다'는 동정론까지 가세했다. 사실 매사에 적절히 타이밍을 맞춰가며 살아가기란 쉽지만은 않다. 이는 또 다른 의미로 타인의 말을 인정하려는 노력이 뒤따를 때 가능한 일이다. 세상에 대한 자신의 온갖 애욕(愛慾)만 움켜쥐고 버틸 것이 아니라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애욕을 내려놓으려는 마음이 행동으로 나타날 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자칫 잘못 판단으로 그 애욕을 움켜쥐려고 국민과 이웃의 목소리에 귀 막고, 눈감다보면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이는 누구라도 예외일 수 없으며 지금과 같은 혼돈의 시기에 한 번쯤 되새겨봄직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