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보령 남포초 교감 |
“승희야, 안녕! 머리 예쁘게 묶었네.”
“어서 오세요. 선생님은 밝은 색도 잘 어울리네요.”
출근길 교정에서 만나는 학생들, 교직원들과 주고받는 정겨운 아침인사는 하루를 시작하는 활력소가 된다. 충남도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된 남포읍성 내에 있는 본교는 초등학생 54명, 유치원 13명의 원아들이 도란도란 생활하고 있다. 꿈과 끼를 가꾸며 즐겁게 생활하는 학생들의 모습은「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나태주님의 '풀꽃'처럼 소박하면서도 예쁘고 사랑스럽다.
남포초등학교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하나 되어 기초ㆍ기본교육을 바탕으로 특기적성교육과 진로교육의 활성화 및 인성교육 실천을 통해 '사랑과 희망으로 미래를 여는 남포교육'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방과후 시간이 되면 열심히 운지법을 익혀 연주하는 팬플루트와 피아노, 흥겹게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사물놀이, 지역행사에도 초대받아 공연하는 드럼, 기타, 신디사이저, 보컬로 구성된 그룹사운드 동아리 활동은 맑고 고운 마음을 가꾸며 학교폭력 예방활동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휴식 시간이 되면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 그늘과 등나무 아래에서 옹기종기 모여 노는 학생들, 운동장에서 힘차게 운동하는 모습 등은 언제 보아도 정겹고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요즈음 교실이 붕괴되고 교권이 침해되어 가고 있다는 염려의 소리가 높지만 교직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감사로 맞이한다. 어릴 적부터 꿈꾸었던 교직생활을 남편과 함께 하면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음도 감사하고, 큰 아이가 진로를 고민할 때 초등교육을 적극 권장해 이제는 교육동반자로 함께 할 수 있음도 더없이 감사한 일이다.
3월초 새내기 교사인 큰 아이가 “엄마는 퇴근해 오셔도 피곤해 보이지 않네요.”
“나도 초임시절엔 안 그랬어. 지금은 오히려 힘을 듬뿍 얻고 온단다. 너도 곧 그렇게 될 거야.”
매일매일 학교생활 속에서 가꾸는 크고 작은 기쁨들은 우리에게 활력을 주는 H(Happiness) 비타민이라 생각된다. 학창시절 배우던 비타민은 종류도 많고 주요 기능은 무엇이며 함유된 식품, 과잉과 결핍 증상들을 암기하던 복잡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H(Happiness) 비타민은 생활 속에서 찾아 가꾸는 것이기에 많이 축적될수록 좋다고 생각된다. 언제부터인가 생겨난 건망증으로 나는 두꺼운 업무일지를 늘 가까이 두고 애용한다. 매일매일 빼곡히 적힌 메모들을 체크하고 지워가며 무사히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는 H(Happiness) 비타민도 가득 동행하고 있음을 느끼곤 한다.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조지 버나드쇼는 '젊음은 젊은이들에게 주기엔 아깝다'고 했다. 어느덧 교직경력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오늘이 남은 내 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에 동감하며 내가 할 일들을 찾아본다. 열성을 다하시는 선생님들과 즐겁게 활동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아야겠다. 일상 속에서 작은 일이라도 칭찬하고, 호기심과 지혜의 자성이 활발히 발휘될 수 있도록 나침반과 같은 촉진자가 되어야겠다. 학생과 교직원들이 '우리 학교'라는 소속감을 갖고 더욱 즐겁고 보람 있는 생활을 하도록 격려해 주는 것도 나의 임무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인연의 소중함을 느끼며 남포초 교정에서 양질의 H(Happiness) 비타민을 물씬 체득할 수 있도록….
며칠 전 보령시 비바 아카데미 강사로 초대된 가수 윤형주의 '노래와 이야기'에서 들었던 CM송이 자꾸만 개사되어 흥얼거려진다. '좋은 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어요, 비타민이라면 역시 H(Happiness) 비타민!' 점심식사 후 들려오는 그룹사운드 연주소리가 오늘은 더욱 힘차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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