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검찰'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를 하는지 감시하고 해당 규칙을 위반할 경우, 엄중한 제재를 가하는 '시장 경제의 파수꾼' 으로 지칭된다. 지난 2012년 말 세종시로 이전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5개 사무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전지방공정거래사무소는 대전, 세종, 충청지역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 감시와 소비자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대전지방공정거래사무소는 18명의 적은 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4개 지역 사무소보다 우수한 성과를 내 모범사무소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이런 성과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21일까지 1년여동안 재직했던 서남교 전 대전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의 남다른 리더십에서 기인했다는 대내외적인 평가다. 서 전 소장을 만나 대전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으로 재임했던 지난 1 여년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사진=이성희 기자 |
당시 '소장이 직접 민원인 전화를 응대하느냐'라는 질문에, 서 전 소장은 “공무원이라는 신분은 직위에 상관없이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입에 담지 못하는 단어를 써가면서 전화하는 민원인들 조차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직하고 정의로운 가치관을 가졌던 부친의 가름침 덕분에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지 맡은 일에 대해서는 충실하고 있다”고 했다.
경남 밀생 삼동면 옥산리 출생인 서 전 소장은 지난 1985년 총무처 7급 공채로 공직에 발을 디딘 후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자', '겸양지덕을 갖춘 전문가가 되자', '매사를 긍정하는 마음으로 즐기자' 등을 삶의 신조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대전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 재임 1년 동안의 성적 '최우수'=서 전 소장은 지난해 6월부터 1여년 동안 대전사무소를 이끌면서 전국 5개 사무소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는다.
대전지방공정거래사무소는 지난달 전국 5개 사무소 가운데 최초로 소비자단체 외에 지자체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협의체를 결성했다.
지역 지자체, 소비자단체, 소비자원 등 유관기관과 '소비자보호 협의체'를 결성해 소비자 피해 확산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한 셈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국내 1위의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의 점주에 대한 프로젝터 끼워팔기 및 본사 귀책사유로 인한 영업손실 미보상, 광고수익 미배분 등 거래상지위 남용행위를 적발, 시정명령, 과징금(약 43억 원), 검찰 고발 등 엄중한 제재를 내렸다.
당시 과징금 규모는 서울사무소를 제외한 4개 지방사무소 역대 과징금 금액 중 최대 금액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불법 다단계 영업행위 적발해 검찰에 고발조치한 사례도 전국 사무소에서 유일하다. 또한 대표적인 사건처리 사례로는 올 상반기 2개 사업자의 공공부문 입찰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자동화 설비 제조업체가 경쟁입찰을 통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의 원가절감을 위해 최저가 투찰금액보다 낮게 하도급대금을 결정한 행위에 대해 각각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하반기 2개 불법 다단계 업체를 적발 검찰에 고발조치한데 이어 대전지역 1, 2위 여성의류 쇼핑몰 업체의 허위후기 작성행위 등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공표명령을 통해 엄중 제재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공과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대전, 세종, 충청 지역시장에서 카르텔, 불법 다단계, 갑을관계의 횡포 등 고질적인 불공정거래행위를 적발, 시정하기 위하여 노력해왔다”며 “또한 법위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교육ㆍ홍보 활동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전 소장은 대전사무소의 한정된 인력으로 각종 불공정행위 적발과 교육ㆍ홍보 활동 등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직원 18명으로 지난해 월 평균 사건접수 및 처리 63건, 올 5월 126건 등을 처리하다보니 때로는 모든 현안에 대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처리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아들 출산보다 맡은 일이 우선=서 전 소장은 IMF 사태가 터진 1999년 당시 IMF구제금융 요건을 맞추기 위한 자구책으로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업무 담당과(독점정책과)에서 근무하면서 몇 달간 사무실에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집에 다녀올 정도로 업무에 매달렸다.
그는 “나라가 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죽어라 일을 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러나 당시 둘째아들(늦둥이, 큰아들과 9살 차이)이 태어났는데 사무실 일이 너무 바빠서 출산후 4일째 되는 날 저녁에서야 비로소 산모와 아들을 보러 갔다”며 “지금도 이 일로 인해 아내로부터 원망을 듣기도 하고 한편으로 미안하기 짝이 없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업무에 대한 열정 덕(?) 그는 1999년 모범공무원(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공정위 근무 20여년 동안 본인의 이름으로 법령을 5개나 만들어 냈다.
최초 공정거래 조사 방해 사건인 삼성자동차 부당지원 적발과 현대자동차의 협력사 가격 후려치기에 대한 법적조치 등 뛰어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원칙이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위해 최선=그는 서민생활 밀접분야, 비정상이 관행화된 분야에 대한 엄정한 조사 및 제재를 통해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서 전 소장은 “서민생활 밀접 분야에 대한 가격인상 등 시장정보 모니터링 및 실태점검을 통해 담합발생 여지를 사전 차단하는 한편, 유제품 등 단기유통 상품에 대한 밀어내기 등 갑ㆍ을관계 횡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상공회의소 및 주요 산업단지와 연계해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에 대한 찾아가는 이동상담 실시, 노인 등 취약계층 소비자 피해예방 교육 강화, 공공기관 입찰 실무자에게 경쟁제한적인 입찰참가 자격 제한, 부당한 행정지도 금지 요청하고 카르텔 예방 요령 전파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잘못되거나 미비한 제도, 관행, 법규로 인해 중소업체나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제도개선 사항을 발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거래과정에서 다른 사업자의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입었거나 소비자 권익을 침해당한 경우 언제든지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대담=백운석 경제부장 (부국장)ㆍ정리=배문숙 기자
●서남교 공정위 전 대전지방사무소장은…
▲1958년 경남 밀양 출생 ▲밀양고ㆍ경남공업전문대 전자공학과 졸업 ▲총무처 7급 공채 임용(1985ㆍ2)▲국방부(1985ㆍ2~1987) ▲올림픽조직위원회 파견(1988) ▲환경처 수질보전국(1990ㆍ8) ▲공정위 조사국(1994ㆍ7) ▲공정위 독점국(1996ㆍ3) ▲공정위 경쟁국(2000ㆍ2) ▲공정위 심판관리관실(2004ㆍ4) ▲공정위 기업협력국(2005~2008) ▲공정위 서울사무소(2010ㆍ3) ▲세종연구소 국가전략연수과정 교육파견(2011ㆍ2) ▲공정위 대전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2013ㆍ6~2014ㆍ7) ▲장관표창(1989) ▲모범공무원(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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