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대전의 문화지형 상상하기(3)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시사에세이]대전의 문화지형 상상하기(3)

이용관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 승인 2014-07-21 13:42
  • 신문게재 2014-07-22 16면
  • 이용관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이용관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이용관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이용관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굳이 말로 떠들지 않아도 빛나는 당대의 예술가는 많다. 그 중의 하나가 연출가 이윤택이다. '오구'를 비롯한 100여 편에 가까운 연극 연출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그의 양적 성과다. 게다가 '시민 K'등 20여 편의 희곡, '장군의 아들' 등 6편의 시나리오, '머나먼 쏭바강' 등 8편의 드라마 대본과 시인으로서의 이력은 그의 재능을 말해주고도 남는다. 가히 압도적이다.

게다가 그의 손을 거치는 작품은 대부분 수작이다. 대한민국 예술계의 상이란 상이 모두 그에게 주어진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그가 빚어 낸 예술적 성과의 백미(白眉)로 나는 '밀양여름공연예술제'를 꼽는다. 이름은 세련되지 않았어도 13년 전, 한 폐교에서 시작된 이 예술축제는 밀양의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다.

전국에 알려져 관객의 65%가 밀양 바깥에서 올 정도다. 문화부 평가에서도 전국 15개의 연극축제 중 유일하게 A등급을 4년 연속 받기도 했다. 지난주 그를 대전예술의전당 직원 교육 프로그램인 '예당 포럼 2.0'의 강사로 초대했다. 그의 이런 막강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물었다. 그는 한마디로 '결핍'이라고 했다. 3대 째 외동아들로서의 외로움이란 결핍이 그의 재능과 결합하여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람들을 어울리게하는 예술적 에너지로 승화된 것이다.

지난 3월, 직원들과 국제음악제가 열린 통영을 다녀왔다. 마침 남도 바닷가에 멋진 음악당이 들어선 참이라 공연장도 둘러보고 축제도 벤치마킹하면서 여러가지를 눈여겨볼 수 있었다. 한국 공연계의 낯익은 얼굴들도 많이 보였다. 공연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얼굴을 내민다는 것은 그만큼 축제가 전국적인 혹은 국제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개막공연도 많은 관객들로 붐볐다. 남도의 외진, 인구 14만의 작은 도시에 이들을 모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라는 콘텐츠와 다른 곳에서는 듣기 어려운 현대음악, 한려수도의 풍광, 충무김밥과 회 등 먹거리, 그리고 여행이라는 매력이 버무려진 아우라가 그 동인일 터이다.

대전의 문화지형 상상하기 세 번째는 예술축제다. 왜 예술축제인가. 모름지기 축제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무언가를 축하하거나 기원하기 위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잔치나 제의(祭儀)이다. 일정기간 일상을 탈출하여 축제를 함께 즐기고 노는 가운데 이른바 공동체의식을 갖게 된다. 오늘날의 축제는 특정 상품을 알리기 위한 마켓이나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예술축제는 한층 집약적이자 다기능적이다. 집약된 공간에서 집약된 기간 동안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향유, 교육, 마켓, 도시브랜드, 심지어 새로운 예술적 방향의 제시까지 예술축제가 갖는 기능은 다양하다.

멀리 프랑스의 아비뇽이나 영국의 에든버러,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까지 비견될 수는 없지만 한국에도 그럴싸한 브랜드의 예술축제들이 많다. 연극과 무용의 서울공연예술제, 클래식 음악의 통영국제음악제와 대관령국제음악제, 연극으로는 의정부음악극축제, 밀양여름공연예술제, 무용장르로는 서울국제무용제, 한국현대무용제 등이 그것들이다.

대전은 어떤가. 대전에도 숫자로는 예술축제들이 여럿 존재한다. 그러나 이 축제들은 대부분 음악장르로 편중된다. 공연계 인사들이 얼굴을 내미는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축제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러고 보니 예술축제만큼은 대전이 매우 약하다.

이제는 대전도 높은 지명도의 예술축제를 가질 때가 되었다. 공연장 지형도가 형성되려면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지만, 예술축제는 짧은 시간과 적은 자본으로도 가능하다. 먼저 대전예당이 올 여름부터 연극과 무용, 음악이 어우러지는 '대전 코메디아츠 페스티벌(CoAfe)'을 출범시킨다. 실컷 웃겨 놓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예술축제를 말이다. 예술축제 지형도 상상을 넘어서 바로 실천인 셈이다. 이 축제가 시민들의 웃음의 결핍, 소속감의 결핍을 공동체성의 회복으로 승화시키는 지명도 높은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