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즐비한 창고 전락… 교육활용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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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즐비한 창고 전락… 교육활용 '제로'

대전 298개교중 사서교사 정식채용 겨우 22곳뿐 독서실 기능 넘어 학습ㆍ문화활동의 허브역할 해야

  • 승인 2014-07-20 16:14
  • 신문게재 2014-07-21 1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학교도서관, 동네문화센터로 만들자](상)겉만 화려… 속빈 학교도서관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와 상상력의 원천이 되는 독서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책 읽기는 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교육의 하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환경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교육이 독서이고, 독서교육의 중심축이 바로 학교도서관이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독서를 할 만한 하드 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절대적으로 빈곤해서다. 본보는 3차례에 걸쳐 학교 도서관이 동네(지역) 문화센터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를 모색해봤다.<편집자 주>

지난 7월 1일 취임한 설동호 대전교육감이 주요 공약으로 '학교도서관의 교수ㆍ학습 중심센터' 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설 교육감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창의인성 교육에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독서”라며 “도서관은 학생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는 거점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도서관이야 말로 교수-학습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길러주는 요람이라는 것이다. 현실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분위기다.

학교도서관이 학교마다 만들어지면서 시설이 새롭게 만들고 꾸며진 데 비해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무늬만 도서관'이란 지적이 과한 것만은 아니라는 게 문헌정보 전문가들의 안타까움이다.

가장 큰 문제는 도서관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력과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 실제, 대전의 298개교 가운데 도서관 관리를 전담하는 사서교사를 정식 채용하고 있는 곳은 전체의 13.5%인 22곳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하드웨어만 갖추었을 뿐 이를 제대로 운용할 전문 인력이 없는 학교도서관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학교마다 계약직 사서, 학부모 사서도우미를 활용하는 등 나름의 방안을 찾고 있지만 제대로된 성과를 내기는 역부족이다.

대부분의 학교도서관이 시대 변화에 둔감한 '나홀로 도서 창고'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학교도서관을 이용한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다.

반면 학교도서관이 활성화된 국가들의 경우, 학교도서관은 마을 공동체의 정보 센터이자 문화 거점 구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생각하는 학교, 공부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학교 도서 관 업그레이드 운동을 벌이는 등 학교 도서관 활성화에 주력하는 등 지역 주민의 사랑방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관내에서도 작은 수범 사례가 있다. 도서대출, 반납 등 고유의 업무는 물론 특강, 독서논술교실, 북아트, 영화상영 등 다양한 지역 연계 독서교육을 운영하는 유성구의 장대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학교 오명완 사서교사는 “학부모들이 모여 소그룹을 만들어 재능기부를 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도서관 모둠학습실을 활용하고 있다”며 “학교도서관은 단순히 학생들이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문화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 도서관이 독서실의 기능을 넘어 학교의 모든 교수ㆍ학습ㆍ문화 활동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교수ㆍ학습자원 정보센터의 기능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변우열 공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도서관의 3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적자원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학교도서관의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나날이 현대화된 학교 도서관을 어떻게 교수학습자료로 콘텐츠를 활용하느냐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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