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가 어렵고 조기 사망 위험도 높다”며 병에 대해 담담하게 설명하던 청년은 '투병'보다는 장애인을 위한 '사업' 이야기에 눈이 더 반짝였다. 청년은 장애인의 웹접근성을 보장하는 홈페이지를 개발, 판매하고 싶다며 수익창출을 통해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도 많이 만들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얼마 전, 청년으로부터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수상하게 됐다는 메일 한통이 날라왔다. 장애의 몸으로 장애인을 위한 '협동조합'을 만들고 장관 표창을 탄 '열혈 20대'의 근황이 궁금했다.
그렇게 만난 주인공이 '위즈온(WEZON) 협동조합'의 오영진<사진> 대표다.
1986년생 만 28살. 근력저하와 위축으로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는 일상생활이 어렵다. 그럼에도 2012년 설립한 '위즈온'을 창업 3년만에 상시 근로자 수 10명의 어엿한 규모로 키워냈다. 최근에는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에 선정되는 한편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장관 표창은 위즈온을 통해 취약계층인 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장애인의 웹접근성 대중화'를 목표로 노력해온 점이 높이 평가됐다. 위즈온의 상시 근로자 10명 중 취약계층 근로자는 5명으로 취약계층 근로자 고용률이 50%에 달한다. 매출도 늘어 지난해 1억4000여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봄 인터뷰를 했을 때보다 직원도 늘었고 사무실도 확장 이전했다.
“열심히 땀 흘리다보니 장관 표창 수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는 오 대표에게 ‘근이영양증’ 투병에 대해 묻자 “완전한 치료가 어렵다”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을 이겨내야 했을까? 기자의 우문(愚問)을 속으로 자책하며 화제를 돌렸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오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위즈온의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장기적인 2차 목표는 수익금을 늘려 장애인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더 확대하고 그를 통해 수익을 더 키우는 '선순환 구조'로 위즈온을 튼실하게 하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하루에 몇시간이나 일을 하느냐, 그동안 너무 열심히 일한 것 아니냐”는 농섞인 질문에는 “일하는게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집에서도 늘 일을 하기에 업무시간을 굳이 따지지 않는다"는 오대표는 "집에 무뚝뚝한 아들만 둘이다보니 어머니께서 딸이 있었으면 하신다”며 여느 20대처럼 환하게 웃어보였다.
공부에 대한 열정도 놓지 않아서 한밭대 컴퓨터공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오 대표는 “연내 석사논문도 끝낼 계획”이라고 한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을 바라보며 쉼없이 노력하는 20대, 열혈 청춘의 미래를 응원해본다.
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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