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빈 한밭여중 교장 |
“그래, 뭔데?”
“선생님, 덥지 않으세요?”
며칠 전, 교감 선생님이 교내를 둘러보시다가 학생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며 말씀하셨다.
여름 무더위를 해결해야만 하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강력하게 항의해 보는 아이들만의 귀여운 투쟁 방법이리라. 태풍 때문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찌는 요즈음 대부분의 학교에서 비슷비슷한 어려움이 있으리라 짐작한다. 솔로몬의 지혜가 간절하다.
필자가 본교에 부임한지 이제 2년이 되어 간다. 처음 교장실에 들어올 때의 그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모든 교장 선생님들이 느끼는 무거운 책임감은 그들의 역할이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으로 여행이 즐거운 것은 돌아올 집이 있기 때문이라 했던가. 즐거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 하지만 진정한 즐거움은 두고 온 집에 있다는 것이다. 방학을 맞이하는 아이들의 즐거움은 그들을 기다리는 선생님들 품으로 다시 돌아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름 방학을 준비한다.
교사가 아이들의 인생의 전환점에서, 훗날 아이들 삶 속에서 잊지 못할 스승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영예로운 일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이 여름 폭염 속에서도 다음 학기 준비와 끊임없는 연수를 통해 가르치는 자는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해 본다.
'오늘은 정말 여름 같네요~ 교장 선생님^^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오후 시간도 시원하게 보내세요~*^^*'. '아이를 맡겨두고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더합니다. 교장선생님의 노고에 항상 감사를 드립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엊그제 기말고사 시험 감독을 오셨던 센스쟁이 학부모님의 메시지다. 다양한 이모티콘이 섞여 있어 어찌 답장을 해야 할까 당황하게 하기도 하고, 아이를 학교에 맡긴 어머니의 마음이 간절해 그 마음의 깊이만큼이나 반갑고 힘이 되는 것을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선생인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도대체 왜들 그러지? 정말 왠지 이건 아닌데' 싶은 이해 불가의 사건이 발생했다 싶으면, 영락없이 우리 학교 현장을 들여다보고는 문제의 정답을 찾아보고자 하는 따가운 시선을 경험할 때면 우리는 깊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곤 한다.
'혹시 내가 하는 행동들이 착하고 반듯한 아이보다 시험 점수가 높은 아이를 더 격려하는 것처럼 비추어지지는 않았을까?', '내가 인간의 가치보다 높은 시험 점수가 더 중요한 것처럼 가르치지는 않았을까' 하고 스스로 되돌아 반성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우리를 바라보고 성장해가는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이고 내 삶을 투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이리라.
'교장 선생님, 낮의 학교보다 밤의 학교가 더 아름다워요' 지난 번 1박 2일 교내 캠프가 열린 저녁 운동장에서 런닝맨 게임을 하고 풍등을 날리던 날, 한 아이가 필자에게 던지 말이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걸까? 이 아이는 이 말이 주는 의미를 어떻게 생각한 걸까 돌아본다.
어느 시인은 작은 대추 한 알도 붉어지려면 태풍, 천둥, 벼락이 몇 개씩 들어가야 하고, 무서리 내리는 몇 밤, 땡볕 두어 달, 초승달 몇 날이 지나야 대추가 둥글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학생이든 교사이든 나름의 모습으로 성장해가는 어렵고 힘든 과정이야 일러 무엇하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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