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멈춰버린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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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곡선]멈춰버린 강

김은주 편집부 차장

  • 승인 2014-07-14 13:57
  • 신문게재 2014-07-15 17면
  • 김은주ㆍ편집부 차장김은주ㆍ편집부 차장
너구리가 지나가고 폭염이 왔다. 높은 습도에 숨이 막히고 내리쬐는 햇볕에 살이 아프다. 그늘 한 곳 허락되지 않는 회색빛 도시의 여름이 다시 시작됐다. 길 위 뜨거운 아지랑이 속에서 신기루가 보인다. 시원한 강과 계곡이 펼쳐지는가 하면 울창한 나무숲이 손짓을 한다. 나무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고 물에 발을 담그고, 무념무상에 젖는 피서는 도시민에겐 여름 최고의 선물이다.

이런 상상의 나래도 잠시, 뜨거운 물을 붓는 뉴스가 눈길을 끈다. 충청인의 젖줄인 금강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가 그것이다. 이름도 생소하지만 생김 또한 오묘하다. 물컹물컹한 느낌에 축 늘어진 모습이 마치 괴생명체 같고 탁한 흙색은 강의 독을 다 품고 있는 듯 기분 나쁘다. 태영동물의 일종이라는 이 벌레는 개체가 군집해서 2m 넘는 거대한 몸집을 만들기도 한다. 보통 호수나 저수지 등 물 흐름이 없는 곳에서 살고 있는 동물인데 지금 강에서 대량 발견되고 있다. 유속이 없는 곳에서 사는 벌레가 강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강이라기보다 호수가 됐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환경은 큰빗이끼벌레같은 생명체들이 살기에 최적의 상태가 됐다는 것을 증명한다.

환경이 변한 이유로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을 지목하고 있다. 강을 파헤쳐서 모래를 퍼내고 보를 만들어 물 흐름을 조절해 홍수와 가뭄을 예방한다던 MB정부의 한국형 녹색 뉴딜사업이 금강뿐만 아니라 한강 낙동강 영산강까지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한 주 4대강서 전방위로 큰빗이끼벌레의 출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원래 강에도 있었고, 아주 심각하게 오염된 곳에서는 살지 못한다면서 강의 상태를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강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녹조가 점점 더 심해져 '녹조라떼'라 불리고 모래가 쌓여 있어야할 바닥은 끈적거리는 진흙 덮인 뻘이 됐다. 여기저기 악취가 나고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 흘러흘러 바다로 간다던 강은 본능을 잊은 듯하다. 자신이 정상이 아님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처절한 몸부림을 외면했을 때 어떤 재앙이 닥쳐올까.

올해 우린 안일함과 부주의가 얼마나 큰 상처를 가져오는지를 세월호를 통해 겪었다. 손을 쓸 수 있는 마지막 순간에도 최선이라는 것은 없었다. 그 후폭풍은 가혹했다. 온 국민이 아이들을 잃은 죄인이 됐다. 막을 수 있는 참사였는데 막을 수 없었음에 자책했다. 그리고 한 마음으로 외쳤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미리 대비하자고.

지금 또한 그 때다. 외면했을 때 우리에게 그리고 후손에게 돌아올 대가가 두렵다.

김은주ㆍ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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