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지방대학 미래, 절박함ㆍ진정성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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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지방대학 미래, 절박함ㆍ진정성만이 살 길

[목요세평]김희수 건양대 총장

  • 승인 2014-07-09 14:39
  • 신문게재 2014-07-10 16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김희수 건양대 총장
▲김희수 건양대 총장
지난 5월과 6월은 전국 대학들의 희비가 엇갈렸던 중대한 시기였다. 교육부의 굵직한 국책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이 연이어 발표되었고, 특히 대학의 사활을 걸었던 지방대학에서는 그 충격의 강도가 셀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은 4개의 대형 사업에 모두 선정되었고 특히 대학 특성화사업에는 7개 사업을 신청해 모두 선정되는 기염을 토해내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모든 사업이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필자 자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일궈낸 우리 대학을 향해 교육계의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언론의 취재 요청이 잇따르고 주변에서 부러움에 찬 축하 인사를 보내오면서 그 비결을 궁금해 하기도 한다.

지난주 교육부의 대형 국책사업 4관왕에 오른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든 교직원이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자축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그동안 불철주야 노력해온 우리 대학 구성원 모두의 노고에 대해 치하했다. 그리고 ACE나 LINC 사업은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었지만 대학특성화사업은 잘하면 2~3개 정도 되리라 예상했는데 예상을 뒤엎고 100% 선정되어, 항상 들어맞었던 나의 예측이 이번에는 빗나가고 말았다고 즐거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필자가 육영사업에 뛰어든 지 어느덧 40여 년이 되어가지만 지난 몇 주 간처럼 필자에게 그 보람을 크게 느끼게 해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15년 전 지방대학 위기설이 구체적으로 나돌기 시작할 때 필자는 의사라는 본분과 재단 이사장직을 과감히 버리고 직접 대학 운영에 뛰어들었다. 그것은 필자가 대학을 설립할 때 수백 개 대학 중에 하나를 더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필자 나름대로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격변하는 교육환경에 맞추어 부단히 변화의 방향을 모색해 왔고, 여기에 대학 구성원들의 뼈를 깎는 헌신과 자기희생이 뒤따랐다. 필자는 대학 설립 초기부터 우리 대학을 꼭 지방 명문대학으로 키워내겠다고 약속했고, 그 목표를 위해 모든 구성원이 지혜를 모우고 힘을 합하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이 대학의 주인이며 대학이 잘 되어야 개인이 잘 된다는 주인의식을 가져주기를 당부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다른 대학과는 차별화된 '유일학과'라는 학과별 특성화로 지방대학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해 나갈 것을 신신당부했다.

한동안 모 대기업 총수의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필자 역시 일찍부터 대학도 변신해야만 적자생존의 교육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다른 대학에 비해 일찌감치 교육 특성화와 대학 내부 구조조정을 감행해 왔다. 물론 모두 함께 살아나갈 방향을 찾는다는 구성원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4관왕의 영광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10여 년간 대학 특성화를 위해 다양한 교육 방안을 강구하고 나름의 정책도 추진해 가며,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이루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몇 달 간의 페이퍼 작업으로 승부하려 했다면 이러한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한 대학의 특성화가 단 몇 달 만에 만들어지고 변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자원과 맞물린 대학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자면, 필자는 대학의 절박함과 진정성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을 피력한다. 그때 가서 어떻게 해결되겠지 라는 무사안일주의와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현실안주형의 교육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교육현장의 냉혹한 미래가 될 것이다. 우리 대학의 4관왕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필자는 '절박함'과 '진정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통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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