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순 목요언론인클럽 회장 |
한국의 주요 일간지에 온통 한자로된 전면 광고가 등장했다. 시진핑 주석이 서울에 온 날에 때맞춰 한 백화점이 낸 바겐세일 광고다. “有朋, 自遠方來 벗이 멀리서 왔으니”라는 논어의 한 구절을 문패처럼 내걸었다. 이뿐인가! 서울 한 복판 고층빌딩에는 “淸進商店街(청진상점가)”라고 큼지막하게 한자로 쓴 간판이 나붙었다. 그 옆에는 “食客村(식객촌)”이라고 역시 한자로 쓴 식당가 안내판이 우뚝 서있다.
또 지하철에는 전자 안내판에 “前方到站是(전방도첨시)”라고 뜬다. <다음 도착역은>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명동에선 “友利(우리)은행”. “韓亞(하나)은행” 간판 등이 눈길을 끈다. 강남에는 성형수술을 받는 중국 관광객이 늘면서 (00整形外科정형외과)라고 한자 간판을 내건 병원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제주도엔 “무단횡단 하지 마세요”를 '請要橫(청불요횡)'이라고 써 붙인 거리가 곳곳에 생겼다.
마치 우리가 배웠어야 할 한자를 외국어인양 배척하고 등한시 해온 한글 전용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한자의 위력이 우리 생활 주변에 자연스럽게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이 땅에 온지 2000년 이 넘어 우리 선조들이 그렇게 애지중지 써오던 한자를 한글과 함께 병용해서 써 왔다면 이렇게까지 한자가 낯설고 어렵지는 않았을 것을…. 한자문화권에서 우리나라만 고립을 자초해온 결과가 아닌가 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430만 명이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의 40%에 이른다. 앞으로 한ㆍ중 간에 문호가 더욱 활발해 지면서 중국인 관관객 1000만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또 중국 수출도 미국을 앞 선지가 오래되고 앞으로 교역량이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자를 가르치지 않는 나라 곳곳에 자연스럽게 한자가 상륙해 문화, 경제교류라는 현실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실감할 수 있는 것 같다.
미국을 비롯해, 서구 유럽 등 열강들이 중국을 알기위해 한자를 공부하는 마당에, 명색이 한자문화권에 살면서, 거리에는 한자가 날로 늘어나는데, 그것을 읽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 한다면 누구의 잘못인가? 우리나라의, 언어 정책이 잘못돼도 너무 잘못된 점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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