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경]공감과 소통으로 내딛는 첫 걸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전인경]공감과 소통으로 내딛는 첫 걸음

[교육단상]전인경 당진 합덕중 교사

  • 승인 2014-07-08 15:08
  • 신문게재 2014-07-09 16면
  • 전인경 당진 합덕중 교사전인경 당진 합덕중 교사
▲전인경 당진 합덕중 교사
▲전인경 당진 합덕중 교사
처음 학교를 찾아왔을 때가 생각이 난다. 합격의 기쁨을 맛보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학교 정문을 걸어 들어왔던 어설픈 나의 모습이. 나에게 주어진 일과 담임반 아이들 모두 그토록 바라던 일이었다. 3월 3일, 나와 함께 할 아이들을 처음 마주보며 이 아이들과 나는 어떻게 지내야 하나,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나, 잘 할 수 있을까 많은 걱정을 했다.

내가 처음 교사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그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한 선생님의 모습에서 열정을 보며 '나도 저런 멋진 선생님이 되어 내가 그 선생님을 통해 본 희망처럼 내 아이들에게도 그 희망을 전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그 때에는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사범대에 진학을 했고, 좋아하는 미술을 하며 미술 교사를 꿈꾸었다. 힘들다는 임용시험을 운 좋게 통과하고, 첫 부임지에 와서 인사를 하던 그 때, 긴장되고 어설펐던 내 모습은 지금도 변한 것이라곤 없는 것 같다. 어설픔과 친근함이 매력인 초보 선생에게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다가오고, 말하지 않아도 처음인 것이 보이는지 장난도 많이 치는 아이들과 섞여 지내다보니 벌써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다.

4개월 동안 나는 사실 많은 혼란에 빠졌었다. 아이들과의 관계, 수업, 업무 모든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고, 너무 서툴렀고, 내가 하는 일이 혹여 학교와 학생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적응이 필요했고 많은 것을 배워 나가야했다. 특히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내 눈에는 아직 어리고 귀엽기만한 아이들인데. 그 아이들 하나하나의 생각이 다르고 느낌이 달랐다. 조회와 종례를 할 때에도, 아이들은 잘 따라주는 듯 하면서도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남자아이들이라 그런지 젊은 여선생님의 손에 쉽게 잡히지 않았다.

아이들과 섞여있으면 즐겁다가도 통제가 되지 않는 것을 느끼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교사에 대한 나만의 철학과 그 기준을 세우지 못해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깜빡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였다. 아마 우리 아이들은 나에게서 선생님의 모습보다 친구 같은 모습을 본 것 같다.

'사춘기'라는 민감한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에게 교사로서 내가 과연 어떤 말과 어떤 행동으로 그 아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항상 고민을 한다. 신규 교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아이들과의 관계. 아슬아슬하게 교사와 학생사이를 오가면서 '아, 이 땐 이렇게 해줬어야 하는데' 하며 수많은 고민을 한다. 신규 교사에게 경험보다 값진 약은 없다.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며 부딪혀봐야 한다. 내 방식대로 아이들과 친하게도 지내보고 혼도 내보고, 후회도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값진 경험을 얻고 있다.

짧았던 4개월. 내가 과연 앞으로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할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아이들을 대할 때에는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많은 고민이 된다. 내가 꿈꾸는 교사상은 '아이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교사'다.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기다리며 선생님으로서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선생님' 하며 부르는 그 명랑한 목소리와 초롱초롱한 눈빛. 나는 교사가 행복한 직업임을 깨달았다. 미숙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나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것이 신규 교사의 장점이듯이 나태해지지 말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아이들을 더 사랑하고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먼저 볼 수 있도록 그 첫 걸음을 힘차게 내디뎌야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