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철 한국코치포럼 고문(전 카이스트 감사) |
20시간의 코칭교육을 받고 코치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필요한 건 50시간의 실습이었다. 그래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코칭실습을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학생을 만난 건 지난 2010년 10월께 였다. 모 대학교 앞의 커피숍에서 아침 10시에 만나기로 한 그 학생은 고개를 떨구고 들어와서는 얘기하는 한시간 내내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던 학생이 일어서면서는 얼굴이 환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나간지 20분쯤 후에 문자가 들어왔다.
'코치님, 저 오늘 안개 속에서 헤매다 빠져나온 거 같아요.'
두 번째로 기억나는 학생은 큰 키에 다소 껄렁대는 학생이었다. 그는 코칭주제를 묻는 질문에 “제 비전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하나 만들어주세요”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 학생을 그날 한시간 코칭하고 그 다음 주에 만났을 때 그는 일주일전의 그가 아니었다. 눈은 살아서 빛이 나는 듯 했고, 태도도 확 달라졌다. 그에게 지난주는 어땠냐고 물어봤을 때, 뜻밖에도 “생각의 힘을 느꼈습니다. 지난 주에 코칭받고 기숙사 돌아가서 방에 TV 코드를 뺐고, 도서관 다니기 시작했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전혀 예기치 못한 깜짝 놀랄 일이었다. 그 학생은 두 번째 만남에서 자기의 비전을 찾았다. 그리고 2학년 초까지 학점이 2.0대였던 그는 그 학기와 그 다음 학기 연달아 4.0을 넘겼다. 필자는 초창기 코칭실습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 그것은 '코칭은 힘이 세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처음 실습할 때 무엇을 그리 많이 알고 능력이 있어서 학생들이 그렇게 짧은 시간에 변화했겠는가. 필자는 그저 각 단계별 대표적 질문을 가지고 질문했고, 거기에 단지 따뜻한 마음과 진심이 있었을 뿐인데….
그후 나는 코칭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어서 수년간 깊이 공부를 하게 됐고 이젠 시민을 대상으로 공개강좌를 열 정도가 되었다.
이제 코칭을 하면서 늘 마음이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세상으로부터 관심받지 못하고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내는 소외된 아이들이다. 소년소녀 가장, 한부모가정 아이들, 다문화가정 아이들, 학교를 중퇴한 아이들, 소년원 아이들 등이 그런 아이들이다.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의 청소년 사망원인 중 1위는 자살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외된 아이들은 오죽 하겠는가. 이런 아이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에도 큰 짐이 될 것이다.
필자는 대학생들을 코칭하면서, 코칭을 이런 아이들을 위해 쓴다면 그들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 이런 저런 형태의 봉사가 많은데, 아직까지는 몸을 쓰는 봉사, 금품이나 물품을 전달하는 형태의 봉사가 많은 듯하다. 소외되어 힘든 삶을 사는 아이들에게는 거기에다 그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꿈과 희망을 갖게 만드는 형태의 봉사가 앞으로는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코치가 필요하다. 누군가 이 나라 미래의 주역이 될 아이들의 삶과 영혼에 힘을 불어넣는 그런 봉사라면 해 볼만 하지 않은가? 한국코치협회는 국민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내년까지 전국적으로 5000명의 인증코치를 양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필자는 공개강좌를 하면서 수강자들에게 시간 내서 꼭 2급 자격정도는 갖춰두라고 권유한다. 많은 사람들이 코치가 되어 소외된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찾아주는 봉사하는 삶을 살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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