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로 한밭대 교수 |
충청권은 지리적으로도 남한의 중심으로 영ㆍ호남 지역주의의 중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충청권 민심을 주도하는 대전의 경우 인구구성 또한 다양하여 대한민국 민심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다양성이 크면 클수록 민심을 읽어 정치에 반영하기 어렵고 외생적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특징이 있다. 정치가 민심을 수렴하여 제도의 틀로 반영하는 것이라면 그만큼 충청권에서 정치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고의 다양성은 창의적이고 역동적일 수 있으나 그만큼 불안정하고 갈등을 키울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사고를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와 통합적 리더십이 잘 발휘되면 더욱 발전할 수 있지만, 그 반대에선 늘 갈등 속에 시달리며 외부의 영향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만다.
특히, 지역적 이해관계를 갖는 선거공약의 경우 처해진 입장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 또 어떤 관점에서 평가하느냐에 따라 중요도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모아내고 많은 사람들이 합의된 결정에 동참하도록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해법은 민주적인 과정과 절차를 중시여기는 시민중심의 리더십이고 그 근본은 소통에 있다. 소통은 지시와 명령 같은 수직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의견을 교환해 하나의 합의된 가치로 녹여내는 수평적인 것이다. 때문에 통합의 리더십을 위한 몇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최대한 주민 참여를 확대하여 정책과 정보를 많은 시민이 알 수 있게 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하여 책임의 공유성을 높이는 것이다.
둘째, 불합리한 공약은 과감히 정리하고 상대후보의 좋은 공약을 과감히 수용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우리의 선거문화가 정책선거로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주민의 욕구와 희망사항이 선거공약화 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공정한 인사, 탕평인사가 필요하다. 공무원들은 선거때가 되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줄서기를 강요받는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선거를 도와준 사람들에 대하여 나몰라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제식구 감싸기는 결국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기 쉽다. 화합을 위해선 직무분석과 시스템적 인사제도에 의한 공정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넷째, 충청권 광역 민ㆍ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적은 민간도 참여시켜 함께 풀어갈 의제를 발굴하고 4개 시도 자치단체와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하는 상설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시설이나 인력의 공유, 지역특성화 등으로 행정업무의 효율성을 꾀하고 과당경쟁을 피할 수도 있으며 지역현안이나 국제화시대에 걸맞은 각종 정책, 관광, 경제협력도 가능하다.
충청권은 국회의원 의원수 부족, 수도권 규제완화, 호남선KTX, 포항가속기 등 지역현안과 맞물린 국가적 사업들이 많으며 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세종시 자족기능 확충 등 국가적인 협조가 필요한 사업들도 많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므로 여야를 떠나 튼튼한 협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선거가 끝났다. 정치인은 물론 시민들도 선거과정의 갈등을 서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비판과 견제는 계속되어야 하지만 선거로 평가받을 일이 아니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국 이해당사자를 끌어안는 지도자의 통합적 리더십으로 귀결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감동적인 취임연설문을 빌리자면 “좌든 우든 대전을 사랑하는 하나의 시민으로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된다.
대전은 인구 구성이나 산업구조, 지리적 특성이 다양하여 한국의 축소판이며 민주주의를 시험하기에 좋은 여건으로 생각된다. 지역에서부터 선진사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전문가, 언론, 정치 지도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민선 6기의 출범과 더불어 가족은 물론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소통과 화합의 새로운 장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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