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석]다윈과 자기부상열차

[사이언스칼럼]한형석 한국기계연구원 도시철도차량시험인증센터장

▲한형석 한국기계연구원 도시철도차량시험인증센터장

자기부상열차는 철로 만들어진 바퀴를 없애고 대신에 자석의 힘만으로 레일 위를 떠서 달려 소음, 진동, 먼지가 적고 비행기 속도까지 고속으로 주행할 수 있는 교통시스템이다. 승객에게는 안락한 여행을 제공하고 선로주변의 주민에게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미래 철도교통수단의 하나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한국기계연구원을 중심으로 약 25년간의 연구 끝에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해 인천국제공항에서 곧 운행을 앞두고 있다. 세상에 나온 자기부상열차가 시민들에게 환영받고 성공을 바탕으로 타 국내외 도시로 확산되려면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다윈의 진화론에서 찾아보자. 다윈의 진화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종은 필연적으로 생존경쟁에 직면한다. 생활조건은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화하는 생활조건에 유익한 변이를 갖는 생물은 살아남을 기회가 많아져 자연적으로 선택받아 변화한 형태로 번식하게 된다.

진화원리를 자기부상열차에 적용해보자. 자기부상열차도 사회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익한 방향으로 필연적으로 진화해야 한다. 장점에만 안주하면 안된다.

자기부상열차가 운행할 사회환경은 어떤가.대중교통의 핵심적 요구사항인 교통수요 충족, 경제성은 만족하면서도 안전하고 쾌적한 여행, 장애물 없는 접근성, 도시와 조화를 이루는 미관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윈의 이론을 적용하면 자기부상열차가 사회의 선택을 받아 대중교통 수단으로 보편화 되려면 이상의 3가지 요구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유익한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자기부상열차의 발전방향을 찾기 위해서 자기부상열차의 특징을 살펴봐야 한다.

필자가 2년 반 동안 인천국제공항에서 운행할 자기부상열차에 대한 성능시험을 수행하면서 직접 측정한 데이터와 경험을 통해 서두에서 소개한 안락하고 쾌적한 승차감의 장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점들은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안전성, 접근성 및 도시미관을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는지 관련전문가들의 의견에 필자의 의견을 더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본다.

첫째 고가식 선로에서 비상상황 발생 시 승객의 안전성 향상이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열차의 경우 고가선로와 선로 중앙에 승객 대피로를 두고 있다. 현재 대피방법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통해 차량과 선로측에서 개선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차량에 선로로의 대피를 도와주는 별도의 장치를 추가할 수도 있다. 대피로의 경우는 차량의 출입문 구조를 잘 반영해 누구나 쉽게 차량에서 대피로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하는 것이다.

둘째로 접근성 확보다. 고가식은 보통 정차장이 노면으로부터 높게 설치된다. 시내버스보다는 정차장이 드물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설계단계부터 역사의 구조에 접근성을 반영하고 엘리베이터, 무빙워크, 에스컬레이터를 잘 활용해 동선을 줄이며 장애물 없이 승하차 또는 환승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저상버스 노선을 열차역에 들리도록 노선을 조정해 저상버스를 이용해 철도역에 접근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로 고가식 선로의 미관 개선이다. 고가식 선로이지만 도시구조물과 일체화가 돼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적 디자인을 갖도록 해야 한다. 고가선로와 역사가 단순 승객의 승하차 기능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진동, 소음이 작아 기존 건물에 인접하게 역을 만들어도 되고 복합문화공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도 있다.

다윈이 사용한 용어들을 빌려 정리하면 자기부상열차가 이상의 세 가지 사회 요구환경에 유익한 변이를 적극적으로 할 때 살아남아 번식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 자기부상열차가 지속적인 발전으로 친환경 첨단 대중교통수단의 하나로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