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흑백사진만 고집해 온 조임환(77) 사진작가. 디지털시대에도 그는 손수 암실에서 사진을 인화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해 오고 있다. 조 작가는 흑백사진이 가진 오묘한 색감에 빠져들어 40여년간 흑백사진과 함께 해왔다. 흑백으로 자신만의 색을 담아내고 있는 조 작가를 2일 대전중구문화원에서 만났다.
조 작가는 처음부터 흑백사진을 찍은 것은 아니었다. 일본인 스승의 흑백 사진을 접하고 그 오묘한 색감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는 “우연히 대전문화원 앞을 지나다 본 사진전을 통해 사진에 첫발을 내딛었다. 홀로 사진을 공부하며 내 작품에 대한 평가가 궁금했었다”며 “일본에서 온 사진가가 내 사진을 좋게 평가해 줬고, 같이 촬영을 다니다 그가 찍은 흑백사진을 보고 반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간곡히 부탁해 전문적으로 배우게 됐고, 그가 나의 유일한 스승이다”라고 밝혔다.
조 작가는 흑백사진의 매력을 도자기에 비교했다. 그는 “도자기 백개를 만들면 다 깨버리고 그 중 한두 점만 완성품으로 남긴다”며 “흑백사진도 마찬가지로 현상, 프린트하는 과정을 거치며 색감이 천차만별로 나만의 색을 찾아 담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있지 않다. 얼마 전 하나를 구입했는데 찍어보니 기계적인 색감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조 작가는 인물 중심의 사진을 중요시한다. 그는 “인물 중심 사진에는 세월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역사가 묻어 있으며, 그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인물 위주로 담아낸다”고 말했다.
조 작가의 작품 중 '이농지대', '차창', '마라도' 등은 호평을 받았다. 그중 '이농지대'는 1996 제2회 한국사진대전 연작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조 작가는 “이농지대는 금산군 남이면 건천리 주변에서 6년간 촬영한 사진들로 동네 주민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느꼈다”며 “사진에 정의를 담아 표현해야만 좋은 사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3일부터 16일까지 대전중구문화원 제1·2전시실에서 '내가 본 소나무', '대전 원도심 이야기', '一木이라는 이름의 나무', '추억의 고향'등 4가지 주제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소나무다. 변치 않는 절개가 제 성격과 비슷하다. 또 대전은 내가 60여년간 살아온 곳으로 원도심 사람들의 따뜻한 삶과 고향의 정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전시회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1983년 세계적인 사건인 '이산가족 찾기' 당시 찍은 사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이를 사람들에게 선보일 계획이고, 미국에서도 관심을 갖는 만큼 그곳에서도 전시회를 갖고 싶다”며 “ '20세기 마지막 전통 유림장', '한국 한국인'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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