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용 대전법동초 교장 |
올해 3월 5일 교육감이 참석한 가운데 초ㆍ중학교 학력취득의 기회를 상실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대전평생교육대학 입학식을 가졌다. 대전평생교육대학은 평생교육법에 근거해 개설된 교육과정이다. 초ㆍ중학과정의 학교교육 기회를 상실한 성인들에게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학력을 인정해 준다.
대전평생교육대학에는 초등학교 과정인 '행복반'이 있고, 중학교 과정인 '희망만'이 있는데, 대전평생학습관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우리 학교에 행복반이 개설되었다. 우리 법동초등학교에 입학한 성인들은 초등과정 3단계로 1년 후에는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된다.
지난해, 대전시교육청 지미영 사무관이 우리 학교를 방문했다. 우리 학교에 대전평생교육대학 초등과정을 개설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조심스럽게 타진했다. 연로하신 어르신들이기에 혹여 문제라도 발생할까 걱정이 됐다. 학교에서는 처음 시행하기에 부담도 됐다. 하지만,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모신다는 마음으로 대하면 큰 문제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랬다. 어르신들은 모범생처럼 학교생활을 너무나 잘 하셨다. 배우겠다는 의지와 자아실현의 욕구가 강하여 출석률도 좋았다. 30분 전에 등교하는 어르신들도 많다. 춥거나 덥지 않을까 걱정돼서 들르면 “교장 선생님,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민망할 정도로 허리를 굽힌다.
얼마 전, 어르신들께 글쓰기를 가르치려고 행복반을 방문했다. 정규수업은 시교육청에서 선발하여 배정한 정은숙 담임이 가르치지만, 창의체험활동 시간에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학교 시설을 활용하여 컴퓨터와 영어, 체육과 음악ㆍ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동시 몇 편을 몸짓과 함께 가르쳤더니 따라하며 무척 즐거워 하셨다. 몇 개의 시를 제시한 후 모방해서 써 보라고 했더니,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시를 쓰셨다. 어르신들이 살아온 삶을 꾸밈없이 그대로 표현했기에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작품을 그대로 묵히기가 아까웠다. 시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정유미 선생님에게 미술 재료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파스텔을 비롯하여 크레파스와 색연필을 나눠 드렸다. 작품 내용에 알맞은 그림을 도화지에 그려 보라고 했다.
“생전 처음으로 그림 그려 봐요.”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한 관계로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몇몇 어르신들에게는 참고할 수 있도록 그림책을 갖다 드렸다. 그림은 그렸는데, 글씨는 어디에 써야 하냐며 질문이 쏟아졌다. 이리저리로 불려 다니다 보니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선생님은 애심이 언니만 예뻐해요. 저도 낼 모레면 여든이에요.” 김애심은 82세로 행복반에서 가장 연장자이다. 한 사람 옆에만 있지 말란다. 이렇게 툭툭 던지는 어르신들의 말씀에 웃음꽃이 만발한다. 필자도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송완용!” “명순아!”라며 반말투로 부른다.
3시간의 수업을 마쳤을 때 필자의 와이셔츠에는 크레파스와 파스텔이 잔뜩 묻어 있었다.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좋았다. 작품을 완성한 기쁨에 웃음이 넘쳤다. 선생님들이 어르신들의 작품에 정성을 기울여 시화전을 마련했다.
이튿날, 현관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으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이게 바로 행복이구나, 필자에게 이런 기회를 준 모든 이들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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