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가격표시 '유명무실'…겉다르고 속다른 '미용실 요금'

이용자 48% “비싼요금 청구받아”

주부 김미정(39)씨는 얼마전 은행동에서 모든 파마 가격이 4만5000원이라는 문구를 보고 들어갔다가 10만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한 불쾌한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김 씨는 “종업원이 적혀 있는 파마 가격은 약품이 좋지 않다며 좀더 비싼 파마를 권하는 데다 클리닉까지 해야 한다고 얘기 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로 두배가 넘는 가격을 지불했다”며 “비싸게 주고 머리를 했지만 동네 미용실과의 차이도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가격비교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미용업소의 옥외가격표시가 표시 지침에 적합하지 않거나 형식적이어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미용실이 '최저가격'만 표시하고 있어 소비자가 실제 지불해야 하는 가격을 제대로 알 수 없는 데다 기본요금 외 서비스제공자나 사용재료 등에 따라 추가되는 요금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업소가 제대로 표시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소비자원이 최근 미용실을 이용한 여성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현행 옥외가격표시제에 대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8.0%가 '잘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답했으며 '표시된 가격보다 높은 요금을 청구했다'는 응답자가 48.1%를 차지했다.

상당수 소비자들이 미용실의 표시 가격을 믿지 못하는 데다 표시 가격 보다도 더 많은 돈을 주고 파마나 염색 등의 시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원이 최근 서울 시내 주요 미용업소를 중심으로 옥외가격표시 이행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조사대상 총 100개 업소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32개 업소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최저 또는 기본요금이 아닌 실제 받는 미용서비스 요금표시 방안을 마련하고, 가격표시 방법과 형식의 표준화 방안 마련, 옥외가격표시지침 준수 지도 등을 관계부처와 각 지자체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오희룡 기자 hu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