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담배, 언제까지 기호품일까?

[중도프리즘]이상윤 대전사랑시민협의회장

▲ 이상윤 대전사랑시민협의회장

대전시 어떤 아파트단지 내에 관리소장의 이름으로 낸 흡연안내문이 게시판에 부착되어 지난 6월 한 달 내내 들고 나는 주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하절기라서 베란다 창문을 개방하는 세대가 많아 흡연하는 경우 이웃에게 피해를 주므로 흡연주의지역을 알려, 흡연자들에게 주의를 환기하는 내용이다. 앞뒤베란다, 계단통로, 승강기내부 뿐만 아니라 세대 화장실까지도 환기구를 통해 다른 세대로 담배연기가 전달되니 안내한 지역에서는 흡연을 삼가달라는 안내문이다. 이러한 안내는 행복한 아파트문화를 조성하고 이웃에게 배려하는 이웃공동체 문화 조성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필자가 종종 이 아파트의 주변을 걷고 있으면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해 길 주변에 서서 담배를 피워 길가는 사람들에게 담배연기의 역겨운 냄새로 불쾌감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흡연주의 안내지역을 피해 담배연기가 흘러들어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주변에서 흡연하는 주민들을 자주 목격한다. 이웃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한 흡연의 품격이라 여겨지며, 담배연기에 역겨워하는 비흡연자들에게 참 고마운 배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시는 금연의 날(5월 31일)을 맞아 금연으로 '건강한 도시 대전'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민 금연운동을 추진해 건강도시 대전을 조성하는 일에 나섰다. 이를 위해 1개월간 간접흡연 피해예방 및 금연 환경조성을 위해 시민 참여형 자율금연아파트 3개소를 선정하는 등 다양한 금연사업을 전개했다. 선정된 아파트에는 각종 금연활동을 지원하며 6개월 후 그 성과를 평가하여 '금연아파트 인증' 현판을 증정할 계획도 마련해 놓고 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흡연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중보건 차원의 문제로 인식해 공중보건담배법을 공포하여 국민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전시의 금연운동 추진은 선진화되고 건강한 대전도시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운동으로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여겨진다.

WHO(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담배로 인해 매년 약 600만 명이 사망하고, 2차로 간접흡연 피해로 60만 명이 사망한다는 보고가 있다. 현재 흡연으로 초당 6명이 사망한다는 뜻이다. 담배의 피해는 흡연자 절반을 죽음으로 몰아 갈 뿐만 아니라 가정, 기업, 정부에까지도 주는 피해가 심각하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담배 연기 속에 4000 종의 유해화학물질과 81종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담배를 피우는 행위가 자동차 배기구에 얼굴을 갖다 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2013년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흡연자 190만 명을 19년 동안 조사했다. 그 결과 흡연자의 암 발병률이 비흡연자 대비 최대 6.5배에 달하며, 흡연관련 질병으로 인해 사용되는 건강보험료가 연간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한 해 사망자의 21.8%인 5만8000명이 흡연으로 인해 사망한다는 후속 연구결과도 내놓았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건강보험공단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진료비 청구소송을 제기한 보도가 있었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지출된 건강보험료를 보전해 달라는 것이었다. 공공기관의 제소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이나 카나다 같은 선진국에서도 같은 소송에서 개인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 모두 패소하였지만 주정부와 같은 공공기관이 나설 경우 승소한 사례가 있다.

흡연으로 겪는 건강피해가 이처럼 심각한데 과연 담배는 기호품의 일종으로 언제까지 여겨야 할 것인가? 우리나라 성인남성 흡연율이 1998년 66.3%에서 2012년 43.7%로 감소했으나 감소폭이 둔화되고 있으며, 청소년들의 흡연율이 늘어나는 요즈음 국민의 건강권을 이대로 보고만 있을 것인가? WHO는 흡연은 지구촌 사람들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담배세율을 앞으로 50%만 인상하면 3년 안에 전 세계에서 4900만 명이 금연을 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1천 100만 명이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WHO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국민의 건강권을 위하여 각 지자체는 물론 정부가 흡연피해를 막는 금연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필요성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