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인은 자신의 열 번째 시집인 '한 편의 시와 일흔 한 편의 시 -세월호 침몰 영가에게 바치다'<사진>를 지난 20일 발간했다.
박 시인은 세월호 사고를 지켜보면서 느낀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그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 너무 가슴이 아파 죽은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려고 했지만 차마 쓸 수가 없었다”며 “수일이 지나 어느날 문득 글이 막 쏟아지기 시작했고, 그 글들을 엮어 책으로 펴냈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어른들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참회를 하고 있다. 또 머나먼 하늘나라에서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닐 어린 영혼들의 넋을 위로해 주고 있는 진혼곡으로 써 내려갔다.
그는 “언론이나 정치인들 모두 잘못된 현실을 비판하기만 했지 정작 난국을 벗어날 희망적인 이야기가 없었다”며 “아이들에 대한 참회나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도 담았지만 조국을 구해야 된다는 다짐을 적었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지난 25일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사고 이후 처음으로 등교하는 자리에 찾아가 자신이 쓴 책을 전달하고 왔다.
그는 “학생들이 첫 등교를 한다고 해 찾아갔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 선뜻 책을 주지 못하겠더라”며 “등교가 끝난 후 교무실에 들러 책을 전달해 주고 내려왔다”고 밝혔다.
박 시인은 지기(地氣)감정가로도 활동 중이며 불법을 공부했다. 그가 그동안 쓴 '명태와 북어', '내가 꽃이 될 차례다', '천불천탑' 등은 오행(五行)과 불교적 깨우침을 담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시집의 표지는 검은색이다. 박 시인은 “오행에서 북쪽을 뜻하는 검은색이 말하는 것은 바로 죽음”이라며 “이번 시집은 죽음을 통한 소생의 이미지를 담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인이 시를 쓰게 된 계기가 남다르다. 그는 “동구 판암동에 살았는데 2000년 대전지하철 1호선 개통과 맞물려 주민 권익을 지키자는 시위에 참가했었다”며 “그때 당시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현수막에 글을 쓰게 되면서 언어의 함축성과 상징성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2006년 계간지 '문학과 경계'를 통해 등단한 박 시인은 '명태와 북어'를 시작으로 '내가 꽃이 될 차례다', '하늘궁전', '천불천탑', '불경이 나를 읽다', '계룡천하' 등의 시집을 펴냈고, 현재 지기감정연구가로도 활동중이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