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대전근현대사전시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 '춘강, 김영한-사람의 역사, 역사 속의 사람' 전에 참석한 김영한 선생 모습. |
지난 20일 대전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사) 제1전시실에 특별한 전시가 개막했다. 40여년간 대전에서 공직생활을 하면서 평생을 문화재 수집에 바친 춘강(春岡) 김영한(94·사진) 선생의 개인사 전시다.
김 선생은 대전 지역사이며, 한국 근현대사의 산 증인이다. 지역사회에서 뛰어난 향토사학자이자 문화재 수집가로 알려진 그는 3만여점의 자료를 모았으며, 각 기관에 기증·기탁한 문화재만도 2만여점에 이른다. 대전시립박물관 최대 유물 기증·기탁자도 바로 그다.
김 선생이 문화재 수집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자신이 종가의 물건을 잊어버리고 나서다. 그는 “내가 안동 김씨 7대 종손이이서 집에 전적 등 자료가 많았는데 6·25 때 다 잊어버렸다”며 “그때부터 그걸 찾으려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문화자료에 관심을 갖게됐고 자연스럽게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선생은 일제강점기 말 논산군 서기로 임용돼 1980년 충남도청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할때까지 총 40년 4개월을 공무원으로 살았다. 이후에도 사료실에서 오랫동안 연구를 하며, 산역사가 됐다.
그는 “도청에서 근무하면서 지역문화재 발굴, 조사를 했고, 고서와 고문서 연구 등을 할 수 있었다”며 “정년퇴직 후에도 충청문화연구소 전문위원으로 있으면서 자료 수집과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선생이 이렇게 수집한 자료가 3만 점이 넘는다. 웬만한 박물관보다 많은 자료다. 그는 “문중에서 내려온 자료가 1만 여점된다. 나머지는 내가 수집한 자료다”라며 “내가 수집한 자료는 주로 개화기 이후의 것이 많다. 대전의 근현대사를 알려주는 귀한 자료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이 고문서 인데 호적, 매매문서, 교지, 시험답안지 등 다양하다”며 “하나를 수집하려고 했는데 대부분 함께 팔아 모으다 보니 다양한 문서들을 모으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모은 자료에는 문화재도 다수 포함된다. 현재 대전광역시 지정 동산문화재 중 약 30%정도가 모두 그에 의해 발굴된 것이다.
김 선생은 “내가 수집한 것 중에 보물로 지정된 것도 있다”며 “임진왜란 때 일본인이 우리나라 사람을 포로로 잡아 포로수용소를 만들고 거기다 한글로 쓴 방으로 내가 발견해 번역했었다”고 말했다.
김 선생은 자신을 주제로 한 전시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표했다. 그는 “내가 모은 자료가 더 많은 사람이 보고, 연구하길 원해 기증한 것인데 이렇게 전시까지 열어줘 너무 감격스럽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춘강 김영한 선생의 일생을 통해 대전의 근현대사를 느낄 수 있는 '춘강, 김영한(春岡 金英漢)-사람의 역사, 역사 속의 사람' 전시는 오는 9월 14일까지 대전근현대사전시관 제1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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