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렬]문화예술 지원정책이 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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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렬]문화예술 지원정책이 가야할 길

[문화초대석]조병렬 대전시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 승인 2014-06-22 12:56
  • 신문게재 2014-06-23 16면
  • 조병렬 대전시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조병렬 대전시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 조병렬 대전시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 조병렬 대전시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중앙정부는 90년대 매년 한 장르를 선정해 사업을 펼쳐왔다. '94년 국악의 해', '95년 미술의 해', '99년 건축문화의 해' 등 사업이 그것이다. 10개 장르의 선정이 모두 끝난 후 2000년에는 '새로운 예술의 해'로 선정했고, 다음해에는 '지역문화의 해'라고 했다. 당시 지역문화라는 개념은 매우 혼재되어 사용돼 개념정리를 위한 전국적인 논의 과정이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백가쟁명(百家爭鳴), 백화제방(百花齊放)'으로 표현되는 많은 담론이 쏟아져 나왔고 이를 계기로 전국적인 지역문화네트워크가 형성됐다. 정보의 교류와 공유로 각 지역의 활동가들이 자기 지역을 돌아보고 상호 비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후 지방분권이 국가의 큰 정책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역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고, 지역의 문화운동 활동가들에게 지역문화가 구체적인 실천개념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후 법 제정을 위한 노력 끝에 작년 말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됐고,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문화융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문화 3대 기본인 문화기본법, 지방문화원진흥법, 지역문화진흥법이 모두 마련됐다.

올해 말 대전시민회관자리에 '대전예술가의 집'이 새롭게 들어선다. 시민회관은 초등학교 때 반공영화를 단체관람하고, 1987년 6월에 보았던 들국화 공연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개인적으로 추억이 많은 장소다. 대흥동 또한 그렇다. 극단의 단원모집 원서를 맡아주던 가톨릭문화화관의 수위아저씨, 포스터물감을 사러 나온 예쁜 여학생, 모든 공연의 예매처를 맡아준 레코드 가게 또한 지금은 없어진 대흥동의 추억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지금 다시 대흥동으로 돌아오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 같은 공간에 대한 같은 추억 때문인 것 같다.

지역문화를 광의의 개념으로 '독특한 역사적 과정을 공유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나누고 가꾸어 가는 언어와 습관, 생활양식의 독특한 정서 체계'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회관이나 테미도서관이 지녀 온 역사와 추억을 찾아볼수 없는 지금의 모습이 매우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지역문화진흥법에 '지역문화'란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또는 공통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과 이와 관련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

대전문화재단은 대전의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거버넌스다. 예술지원 중심이었던 문화재단이 문화유산, 생활문화, 문화산업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할 때이며,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대전의 문화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예술지원정책과 더불어 현장의 예술인들 역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시민의 문화예술활동은 기꺼이 지원받을 만한 활동력과 지속성을 지니고 있는지, 현장에 대한 점검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또 성과측정의 문제도 중요한 고민거리다. 단순한 모니터링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문화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었는가를 측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성과측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항목이 자신의 삶에서 예술이 가치 있는 역할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 수의 증가, 문화 활동에 있어 문화적 소수집단 출신 수의 증가. 전문예술가와 직접적인 접촉을 해본 학생 수의 증가, 지원 후 작품 활동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적 수입을 얻게 된 예술가의 수의 증가 등이라고 한다. 측정하기 어려운 듯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문화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려면 이런 방식의 점검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이제 7월이면 민선 6기가 출발하고, 지역문화진흥법도 시행된다. 지역문화진흥법에는 자치단체의 역할, 생활문화, 지역문화전문인력양성, 문화도시와 문화지구, 문화재단의 설립근거, 지역문화진흥기금조성 등 민감한 문제들이 담겨 있다. 이번 계기를 통해 대전의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잠시 미루어 둔 많은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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