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규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 |
우리나라 대학 중에서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사립대학은 우리나라 전체 대학 중에 약 80%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대부분을 담당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고등교육의 대부분을 담당해 왔던 사립대학은 대학재정의 감축, 신입생 감소 등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방에 있는 사립대학은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어 가고 있어 지방 사립대학에 실제적 위기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필자와 같이 지방 사립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교수들은 학생모집에 대한 스트레스, 교육과 연구 사이에서의 갈등 등으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얼마 전 사석에서 현재까지 교수가 이렇게 힘든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는 어느 선배교수의 말처럼, 최근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은 대학 구성원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졸업생이 2023년에 40여만 명으로 감소할 것이며, 2018년부터 대입정원과 고교졸업자 수의 역전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대학의 정원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입학정원이 56만 명이므로 2023년까지 16만 명의 정원감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학 진학률을 현재와 같은 수준인 80%로 가정한다면 16만 명이 아니라 더 많은 정원감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최근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의 방향을 발표했는데,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5등급으로 분류한 후 등급에 따라 차등 이익을 준다는 내용이다. 즉 최우수, 우수, 보통 등급의 대학은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반면, 미흡과 매우 미흡 등급으로 평가된 대학은 정부의 재정 지원 사업 참여가 불가능하며, 2회 연속으로 '매우 미흡'으로 평가된 대학은 퇴출 처분을 받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대학 구조 조정(안)이 수도권 대학들보다는 지방대학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전임교원 확보율 등 대학 평가의 주요 지표가 지방 대학 보다는 수도권 대학에게 유리하게 작용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도권 대학은 재학생 충원율이 높기 때문에 정원 감축으로 인한 재정 손해가 정부 재정지원 사업 규모보다 적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정원감축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올해 교육부의 대학 특성화 사업에 참여한 지방대학들은 8.4% 수준의 정원감축을 고려하고 있지만, 수도권 대학들은 3.8% 수준의 정원감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서울의 일부대학은 정원감축을 전혀 실시하지 않는 대학도 있다. 지금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지표위주의 대학 구조 조정은 대학 서열화를 더욱 고착화시키게 될 것이며, 수도권 집중과 지방 대학의 위기를 더욱 크게 만들 것이라 판단된다. 특히 학력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정원감축이 주롤 이루는 대학 구조조정이 현재와 같은 방향대로 진행된다면 지방에 소재하고 있는 사립대학들은 대부분 고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청년 실업 문제를 취업률이라는 평가지표를 이용하여 대학에 떠넘기고 취업률이 낮은 대학은 구조 조정을 하겠다는 식의 정부 정책은 대학 교육을 더욱 황폐화 시키게 될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는 학문탐구라는 대학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대학의 구조 조정에 있어서 경쟁력 있는 대학을 포함한 모든 대학의 입학 정원을 학력인구 감소 비율에 따라 획일적으로 줄이는 것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권장할 사항이 아니며, 학생들의 선택권을 줄이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대학의 퇴출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된다. 여기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퇴출되는 대학의 학생과 교직원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필자는 대학의 구조 조정이 경쟁력 없다는 이유로 지방 대학을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대학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대학이 균등하게 고통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왜냐하면 대학은 교육기관이라는 자체 목적 이외에도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며, 그 지역의 사회와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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