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문청동기' 고물상서 발견한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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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문청동기' 고물상서 발견한 보석

60년대 상인 구입·국립박물관 소장…한밭벌 유적 중심지 '괴정동 으뜸'

  • 승인 2014-06-19 13:41
  • 신문게재 2014-06-20 10면
  • 한소민 시민기자한소민 시민기자
●[문화유산 속으로 한걸음 더] 1. 대전의 선사문화 ① 청동기 시대

▲ 청동기 문화의 최고작품으로 꼽히는 농경문청동기 .
<br />출처=국립중앙박물관 도록
▲ 청동기 문화의 최고작품으로 꼽히는 농경문청동기 .
출처=국립중앙박물관 도록
인류 역사 70만년을 1년 365일에 비유할 때, 구석기시대는 362일 신석기시대는 남은 3일 중 하루하고 반나절을 차지하는 아주 긴 시간이다. 나머지 하루 반의 시간 동안 우리는 청동기시대를 거쳐 지금의 현대문명까지 오게 된다.

그러나 그 아득한 시간을 거슬러 가 봐도 사람 사는 건 똑같다. 아주 먼 먼 옛날 돌도끼를 들고 헤매 다녔던 그때나 온갖 시스템으로 무장한 채 얽혀 사는 지금이나 사람들은 결국 잘 먹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애를 쓰며 살고, 온갖 것들을 만들어 낸다.

인류탄생, 신석기 시대의 농사, 도시혁명과 산업혁명. 문명사의 시각으로 인류 역사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곤 하는데 그 중 신석기시대의 농사시작은 정착 생활의 필요와 잉여 생산물의 발생, 인구증가를 가져오는 인류 역사의 큰 변혁기가 된다. 그 파장으로 뒤이어 오는 청동기시대에 강력한 권력을 가진 부족장이 등장하면서 대다수의 부족민들을 제압할 극소수의 그들을 위해 힘을 과시할 번쩍이는 청동기구들과 거대한 고인돌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리고 권력자는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세력다툼을 하며 뺏고 뺏기는, 죽고 죽이는 전쟁을 벌이고, 부족민들은 짐승을 잡기 위한 사냥 도구를 만드는 대신 사람을 잡는 무기들을 만들어낸다.

잘 먹고 잘 살아 보자고 문명은 발전하지만 그만큼 더 험한 일들이 생겨난다. 우리나라에서 BC(기원전) 2000년경~1500년 경 시작된 청동기시대는 그런 시대였다.

▲대전의 청동기 유물=대전은 청동기 시대 중심지라 할 만큼 수준 높은 유물들이 많이 발굴된 곳이다. 부족장의 무덤인 고인돌에는 주검만이 아니라 껴묻거리들도 넣어졌는데 내동리 고인돌에서는 민무늬토기와 돌화살촉이, 비래동 고인돌에서는 비파형 동검과 붉은간토기, 석촉이 출토 되어 그 당시의 생활상을 짐작케 한다.

또한 노은동 유적지에서는 다양한 유물들과 함께 집자리 주거지 14기가 발견 되었고, 그 외 가오동, 용산동, 궁동 등지에서 청동기 시대를 알려주는 단서들이 발굴됐다.

대전의 청동기에서 그 주인공을 꼽으라면 단연코 괴정동 유적지다. 방패형 청동기, 청동방울과 청동거울, 대나무형 청동기 등 다수의 청동기와 함께 한반도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보이는 한국식동검(세형동검)이 발굴 되었는데 이 역사적 장소는 1967년 우연한 기회에 알려지게 되었다. 괴정동의 한 구릉에서 밭을 갈던 농부는 쟁기에 걸려 방해가 되는 것을 캐려고 흙을 파냈다. 그런데 땅속에서 범상치 않은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농부에 의해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그 유적지는 다시 서울대 고고학과 김원룡 교수의 지도하에 발굴 조사 된다.

청동기 유물로 가장 오래된 것들이 가장 많이 발견되어 최대의 수확으로 손꼽히는 이 유적지는 그 자리에 집이 들어서면서 표지석도 없어지고 이제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또한 발굴된 유물 17점 모두가 대전을 떠나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농경문청동기=우리나라 청동기 문화의 최고 작품이라 손꼽히는 농경문 청동기는 1969년 대전의 한 상인이 고물상에서 구입한 것이 그 시작이고,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이 대전의 고물상 상인에게서 2만8000원에 사들였다고도 전하는 이 유물은 청동기시대의 주인공으로 교과서에 단골로 실릴 만큼 귀하신 몸이다. 유적이 발견된 지점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여러 정황상 대전에서 출토된 것이 확실한데, 괴정동 유적에서 발굴된 방패형 청동기와 여러모로 비슷해 그 출토지점을 괴정동이라 보기도 하고 탄방동 일대로 추정하기도 한다. 하반부가 떨어져 나간 형태로 세로 7.3, 가로 12.8cm 두께 1.5mm 정도의 손바닥 정도의 크기인데, 위에는 6개의 구멍이 있고 그 중 양 끝의 구멍이 많이 닳아 있어서 족장이 의식을 치를 때 목에 걸어 사용하거나 솟대 같은 것에 매달아 사용했던 의기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앞 뒤 양면을 각각 두 개의 면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것들을 넣었는데, 파종과 수확, 솟대신앙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새겨져있다. 머리에 무언가를 길게 달고서 10개의 사선으로 표현된 밭고랑에 서서 끝이 두 가닥으로 갈라져있는 따비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사람, 괭이 같은 것을 치켜들고 있는 사람, 무언가를 들고 토기 앞에 있는 사람, 갈라진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새 두 마리 등의 그림이 새겨져 있어서 그 시대의 생활모습과 종교의식들을 짐작케 한다. 문화재청은 농경문청동기가 그 당시의 생업과 신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사ㆍ문화사적 가치가 크다며 지난 5월 8일 이 유물을 보물 1823호로 지정하였다.

이상으로 대전의 청동기시대에 대해 알아보았다. 청동기시대 생활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고인돌이나 청동유물들은 실은 권력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 밑에서 강한 부족으로 살아남아 다른 부족에게 정복당하지 않으려는 부족민들의 기원이 담긴 것이다. 무기를 만들고 족장의 힘을 내세울 의기들을 만들었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 잘 먹고 행복하게 살고픈 바람이었을 것이다. 농사가 잘 돼 굶어 죽는 이 없게 되기를, 새들이 하늘 높이 날아가 그들의 소망을 전해 주기를 기원 했을 것이다. 농경문청동기엔 그들의 기도가 그 어떤 말이나 글보다 너무도 간절히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한소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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