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여미숙)는 A사(피고ㆍ항소인) 측이 입주민 29명(원고ㆍ피항소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A사는 대전 대덕구 석봉동 아파트 12개동 2312세대와 상가 1동을 완공한 후 2008년 10월 분양에 돌입했다. 하지만, 계약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같은 해 11월 정상 분양가에서 25% 할인분양에 나섰지만, 여전히 분양 물량이 남았다. 그러다가 2011년 잔여물량을 분양하면서 정상분양가에서 평균 15% 정도 또는 미할인된 금액으로 발코니 비용 등을 입주자들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원고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원고들이 과거 25% 할인분양 사실을 뒤늦게 알면서 문제가 됐다. 원고 측은 “A사가 25% 할인분양을 통한 계약체결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지하지 않아 불리한 계약을 했다”며 모두 13억49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적게는 2900여만원에서 많게는 6500여만원까지 더 낸 돈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1심 법원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유는 자백간주다. 자백간주는 소송에 대해 피고 측이 소명하지 않을 경우 원고들의 청구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29명이 제기한 손배소에 대해 A사가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심 판결 후 A사 측은 항소장을 제출했고 1년여만에 기존 판결을 뒤집고 승소했다. 사는 이는 싸게 사기를 원하고, 파는 이는 비싸게 처분하기를 바라는 등 이해가 상반되는 만큼, 상대방에게 정보를 사실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각각의 분양계약 체결 당시,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그때그때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 분양대금 할인율을 정한 것으로, 원고들에게 종전계약 등에 따른 할인율을 고지할 신의칙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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