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광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
세월호 사건은 경제적 면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었다. 5월 중 소비자심리지수가 세월호 사건의 영향으로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지난달 발표한 2014년 2/4분기 한국은행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세월호 사건 직후 소비관련 지표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만 5월 들어서는 일부 유통업체의 매출이 증가로 돌아서는 등 추가로 악화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관련 서비스업체의 54%는 세월호 사고일 기준으로 2~3개월 매출 부진이 지속되고 10%는 3개월이 지나야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소비 활동이 세월호 사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어느 정도 시일이 소요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 위축으로 4% 내외로 예상되던 금년도 경제성장률이 이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세월호 사건 이후 KDI 등 주요 경제전망기관들은 올해 GDP 성장률을 0.2%p 정도 낮추고 있다. 움츠러든 소비심리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 경기의 기조적 개선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소비 위축이 내수산업 부진으로 이어져 고용 및 소득이 줄어들고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문에서는 이미 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계절성을 고려한 5월 중 취업자 수가 도소매,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전월에 비해 18만6000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경기 흐름을 바꿀 정도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소비 위축은 서민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특히 외식업이나 소매업에 종사하는 영세상인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정책당국이 1000억원 규모의 온누리 상품권 특별할인 판매, 공공부문의 소비성경비 조기 집행 등 긴급민생대책을 마련하였지만, 소비심리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월호 사건 이전 우리 경제의 현안과제 중 하나는 내수 활성화를 통해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었다. 경제의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 성장을 통해 장기 안정적인 경제구조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에는 원화 강세로 수출 환경도 나빠지고 있어 내수 활성화가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내수의 두 축은 소비와 투자인데 이중 소비가 세월호 사건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의 회복이 긴요하다.
소비 회복은 가처분소득이 늘어나거나 제품가격이 하락하고 불확실성이 줄어들어야 가능하다. 작금의 소비 위축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미래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인 만큼 최우선적으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미래의 대한민국이 안전하다는 비전을 제시하여 앞으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국민이 정상적인 소비활동에 임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소비성향이 큰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등 계층간, 부문간 소득불균형을 바로잡는 정책적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다.
브라질 월드컵 대회가 시작되었다. 세월호 사건 유가족들이 한국대표팀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악마를 찾아가 월드컵을 즐기되 세월호를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소식이다. 아직 국민적 아픔이 가시지 않았고 실종자 수색도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한 달간 열리는 세계적 스포츠 축제를 계기로 소비활동이 적어도 세월호 사건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세월호처럼 침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비 정상화를 통해 주춤거리고 있는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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