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애]자연을 따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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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애]자연을 따르는 삶

[수요광장]최경애 목원대 영문과 교수

  • 승인 2014-06-17 13:41
  • 신문게재 2014-06-18 17면
  • 최경애 목원대 영문과 교수최경애 목원대 영문과 교수
▲ 최경애 목원대 영문과 교수
▲ 최경애 목원대 영문과 교수
또 다시 개구리 우는 계절이 왔다. 어쩐 일인지 나는 개구리 우는 소리가 그리 좋을 수가 없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초저녁에 작정하고 가만히 앉아 개구리들의 합창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어떤 이는 시끄럽다고 불평을 하지만 나는 그 소리가 어떤 훌륭한 음악 소리만큼 아름답다. 그리고 잘 들어보면 각각의 개구리가 제멋대로 우는 것일 텐데도 전체적으로 리듬이 있어 조화롭게 들린다. 어쩐지 개구리들만의 독자적 세계가 있고, 그들은 그 세계에서 최선을 다해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분수를 지키며 열심히 살고 있다. 구성원들 간에는 그들만의 암묵적인 자연의 위계질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생각을 하며 듣고 있다 보면 괜스레 마음이 푸근하고 평온해진다.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자연과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는 일이 무척 많아 보인다. 분수에 맞지 않는 욕망,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과욕, 불가능한 일에 대한 집착 등. 이런 자연스럽지 못한 것들에 대한 추구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이다. 사람들에게 왜 그런 분수에 맞지 않는 욕망을 지니거나 불가능한 일에 대해 집착하는가 묻는다면 그들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런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의 행복 추구의 결말은 항상 불행이다. 얼마나 아이러니칼한가? 행복해 지고 싶어서 안간힘을 쓰는데 결국은 더 불행하다니.

자식에 대한 부모의 과욕(사실 대부분 부모는 이것이 자녀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 믿는 경우가 많은데)이 자녀를 얼마나 불행하게 하고 있는가? 아이는 이 길로 가고 싶은데 부모는 저 길로 가라고 하고, 아이는 손끝을 움직여 작업하는 일을 좋아하는데 부모는 머리 쓰는 일을 하라고 한다. 모든 아이는 타고난 적성이 있고 재능이 있으니 그것을 살릴 수 있는 진로를 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무작정 부모의 욕심을 밀어붙이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며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을 오래 가르치다 보니 예전과 지금의 학생이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가까운 교수님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면 이구동성 요즘 학생들은 가끔 깜짝 놀랄 만큼 예절교육이 안 되어 있다고들 하신다. 얼마 전 어떤 여학생이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는 “교수님, 단추가 떨어져서 그러는데 혹시 실과 바늘 있으세요?” 한다. 사실 이런 일로 연구실을 찾는 학생은 전혀 없었기에 다소 당황했지만, 얼마나 다급하면 그럴까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바느질 도구를 내밀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더 놀라웠다. 다짜고짜 “교수님, 교수님이 좀 달아주시면 안 돼요?” 하는 것이다.

예절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이 관습적으로 행해짐으로써 지켜오는 것들이 꽤 있다. 따라서 왜 교수님한테 바느질 도구를 빌리면 안 되며, 단추를 달아달라고 하면 왜 안 되는지를 항의한다면 나 역시 논리적으로 잘 설명할 자신은 없다. 이런 것들은 누가 말로 설명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회의 코드를 무의식적으로 습득함으로써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린 학생들의 경우 그것은 대개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이 시기에는 건전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생활의 예절을 학습할 뿐 아니라 건실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확립해야 하는 시기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부모 형제와의 대화를 통해 또는 부모의 대화나 행동을 듣고 봄으로써, 또한 독서나 관심 있는 대상에 대한 개별적 탐구를 통해 아이들의 무의식 세계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학교 밖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들이다. 부모가 아이들을 앉혀 놓고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 하고 설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부모 자식이 서로 따뜻하게 사랑하며 배려하며 즐겁게 지내는 것 그것이 바로 가정교육이다. 예절교육은 이렇게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아이들이 가정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보충수업이다 야간자율학습이다 하여 학교에 갇혀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니 이런 자연스러운 가정교육이 이루어질 시간이 없다. 혹자는 이러한 교육현실에 대해 사교육비 절감이나 청소년 범죄 예방을 이유로 들어 옹호할지 모르나, 내가 알기로 이런 현실이 사교육비를 크게 줄여주지 못하거니와 근본적인 청소년 범죄 예방책이 될 수도 없다. 아이들을 강제로 학교에 머물게 해 부모와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막는 것이 아이들의 인성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 것인지 잘 숙고해볼 문제다. 모든 문제들은 가만히 앉아 잘 생각해 보면 그 문제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하는 곳이 어디인가를 알 수 있을 때가 많다. 자연을 따라가면 해결책이 보인다. 수많은 종류의 꽃과 나무들이 각각 고유의 생긴 모습 그대로 생겨난 자리에서 가만히 그 아름답고 싱그러운 자태를 뽐내듯이, 사람도 자연을 따를 때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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